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에도 내년도 경영 현황 및 자금계획 등 자구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해운업이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영 현황을 파악해 혹시 모를 유동성 위기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에 경영현황, 내년 영업과 자금계획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한진해운이 지난 2013년 말 산은과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하면서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발표한 이래 산은이 한진 해운에 경영 현황과 자금 계획 추가 자료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해운업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한진해운에 자료를 요구했다"며 "재무구조개선약정 상태에서 유동성 위기 가능성 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자구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4월 올 3·4분기 영업흑자가 나면 2016년 상반기 재무상태가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했다"며 "하지만 3·4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한 만큼 수정된 자금계획 등 자구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3·4분기에 단독기준으로 매출 1조9,087억원, 영업손실 57억4,985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4분기와 3·4분기 각각 398억원과 444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2013년 유동성 위기를 겪은 후 2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계획을 발표한 한진해운은 자산매각 및 사업부 축소 등으로 1조 3,000억원, 영구교환사채 발행 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여전히 유동성 위기를 우려해야 하는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3·4분기는 전통적으로 연말을 앞두고 물류 수요가 몰리는 호황기이지만 이 기간에도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여건이 좋지 않다는 증거"라며 "해운업에서 한 해를 지탱하는 3·4분기에도 적자를 낸 형편인 만큼 유동성 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