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의적 아이디어와 결합 땐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가능
단순 증권예탁·결제 울타리 넘어 서비스 다양화·글로벌화에 집중
거래소 개편안은 중요한 금융개혁… 예탁원 자율성 더욱 확대 필요
"국내에서 가장 폭넓은 자본시장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스타트업(Start up)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방해 '자본시장의 도서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최근 금융시장의 화두는 단연 금융(Financial)과 정보기술(Technology)이 융합된 '핀테크(fintech)'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주도해오던 금융시장에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 카카오 등 비금융 분야의 기업들이 금융 관련 영역으로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유재훈(사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지난 19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본시장이야말로 핀테크가 가장 화려하게 꽃필 수 있는 터전이라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자본(Capital)에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캡테크(Captech)'라는 용어를 직접 만들기도 했을 만큼 정보기술(IT)과 결합한 금융산업의 혁신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유 사장은 "캡테크는 자본시장과 정보기술의 융합을 통해 자본시장 내에서 증권 및 자산 운용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를 의미한다"며 "예탁결제원이 보유한 무궁무진한 자본시장 데이터에 스타트업 기업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결합하면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나 소셜트레이딩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혁신은 예탁결제원을 종합증권서비스 기관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예탁결제원은 10여개의 IT·금융 관련 벤처기업들과 업무협약을 통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이들 스타트업이 보다 손쉽게 필요한 데이터 등을 얻을 수 있도록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취임 2년째를 맞는 유 사장은 예탁결제원의 기본 기능인 증권 예탁과 결제라는 울타리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국형 자본시장의 중추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즈니스의 다양성과 서비스의 글로벌화가 선진 예탁결제기관을 결정하는 척도인 만큼 유 사장은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유 대표는 "그동안 예탁결제원은 시장성 기업으로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고 여러 가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그는 현재 예탁결제원의 경쟁력이 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의 기관들에 비해 한발 앞서 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세계 금융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 예탁결제 서비스 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올해 초 준정부기관에서 기타 공공기관으로 공공기관 규제가 한 단계 완화됨에 따라 다양한 사업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하고 주주와 이용자를 위한 시장 중심의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며 "이런 기회를 살려 더욱 시장친화적인 기업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전반에 걸쳐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예탁결제원은 본연의 업무인 예탁·결제 업무를 포함해 서비스 규모가 36개까지 확대됐다. 특히 전자증권제도,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지원 시스템, 퇴직연금시장 지원 플랫폼 등의 굵직한 서비스까지 추가되면 사업 포트폴리오가 비독점·부가가치 비즈니스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2020년부터 열리는 전자증권시대는 예탁결제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전자증권법' 제정안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주식 등의 전자등록 내역과 거래 내역 등을 통합 관리하는 전자등록기관으로 선정됐다.
해외시장 진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세계은행(WB) 등을 거치며 쌓은 유 사장의 풍부한 글로벌 경험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예탁기관(KSEI)과 펀드플랫폼 시스템(NFS)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체결액은 460만달러로 지금까지 예탁결제원이 수출한 금융 시스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미국과 인도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눈독을 들였지만 양국 예탁결제원의 오랜 교류로 다져진 신뢰와 국내 펀드 시스템의 우수성으로 이들을 제치고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는 게 유 사장의 설명이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들에 대해서도 예탁결제 시스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유 사장은 "해외 예탁결제원들이 단순 예탁결제 서비스를 사가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 서비스를 사가는 것"이라며 "일본·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국가 어디에도 한국예탁결제원처럼 다양한 국제적인 부가가치 서비스를 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예탁결제원의 다양한 서비스와 글로벌화로 인해 회사 수익구조 개선은 물론 시장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유 사장은 "예탁결제원의 주식가치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증권유관기관 중 유일하게 상승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주식가치는 미래 수익 흐름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상승은 예탁결제원이 시장성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자본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7,7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예탁결제원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말 8,320억원까지 높아진 상태다. 예탁결제원의 가치 상승으로 국내 기관은 물론 해외 선진 예탁결제기관까지 예탁원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유 사장은 "기업가치가 올라가면서 선진국 예탁결제기관들과의 자본제휴 등 다양한 협력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예탁결제원의 선진화를 위해 경영 자율성이 더욱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정부 방안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유 사장은 "정부의 거래소 개편방안은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자본시장 운용 원리와 시스템을 바꾸는 중요한 금융개혁"이라며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양 엔진으로 움직이는 한국 자본시장은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금융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거래소 개편과 기업공개(IPO)는 자본시장의 축제"라며 "어떤 경우에도 소위 다툼이나 이해 그룹 간의 경쟁이 아닌 제대로 된 글로벌 금융 회사로 키우자는 하나의 전진대회이자 진수식과 같은 희망의 장이 돼야 한다"고 소망했다.
마지막으로 유 사장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자본시장 발전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탁결제원의 변화는 숙명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한국예탁결제원은 담당 사무관 시절 제가 지어준 이름으로 20년을 살아왔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제는 이 이름에 갇힌 한계를 걷어내고 시장성 기업으로의 변화를 위한 새로운 도약을 위해 더 큰 그릇을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리=노현섭기자 hit8129@sed.co.kr
대담=이학인 증권부장 leejk@sed.co.kr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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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경기 안성 △1983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1991년 프랑스 국립행정대학원 졸업 △2011년 경기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1983년 총무부 수습행정관(5급) △1991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증권제도담당관실(4급) △1996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코노미스트 △2002년 금융감독원 증권감독과장 △2005년 세계은행(World Bank) 자본시장 선임 스페셜리스트 △2008년 금융위원회 대변인 △2012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2013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한국 자본시장 제2 도약, 中사업에서 기회 찾아야" "위안화 금융이 대안중 하나" 노현섭 기자 hit8129@sed.co.kr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금융 분야에서 손꼽히는 중국통이다. 그는 지난 2009년 중국 경제에 관심 있는 인사들과 함께 중국자본시장연구회(중자연)를 설립해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유 사장은 2005년 세계은행에서 선임 스페셜리스트로 일할 당시 2020년까지 중국 자본시장의 로드맵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중국 경제와 금융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접할 기회를 가졌다. 당시 만들어진 보고서는 현재도 중국정부의 정책에 상당 부분 반영되고 있는 상태다. 중국 자본시장의 빠른 변화가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당시 국내에는 중국 자본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별로 없었다. 2000년대 후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겼던 중국 펀드 사태도 그로 하여금 중국경제와 금융을 제대로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도록 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 현재 중자연에는 전병서 중국금융연구소장,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등 여의도 금투업계 전문가들과 학계와 관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유 사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제2의 도약은 중국과의 사업에서 나올 것"이라며 "과거 국내 자본시장 성장기에 미국 경제가 영향을 줬듯 저성장 기조에 빠진 한국 경제에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중국으로 한국이 금융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중국 위안화 금융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가 모든 부분의 금융 선진국은 아니지만 퇴직연금 분야만큼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것처럼 위안화 금융은 한국이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들의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오랫동안 중국 시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중국에 대한 국내의 지식관리 문제점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국내에 중국 관련 단체들이 많은데 내실을 가지고 제대로 연구하는 곳은 많지 않다"며 "자주 있는 세미나에서도 디테일보다는 뜬구름 잡기 식 분석만 하고 있어 급변하는 중국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재 중국 관련 지식은 지나치게 거대담론에 몰입해 있고 당장 금융기관 수장이나 담당 공무원들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바뀌어 그나마 있던 전문 지식과 정보조차 축적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맹점들을 해결해야 중국 자본시장 발전을 한국이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