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돈에 관한 철학, 어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13일 최옥정 작가의 '어른되기 걸음마' 혜성여고서 열려
공적인 인간관계 이해하면 직장생활 적응도 쉬워
학생들 '내 인생 최고의 순간' 주제로 짧은 글쓰기도 체험

13일 혜성여고 도서관에서 열린 최옥정(왼쪽)작가의 ‘어른되기 걸음마’ 강좌에 참석한 학생들이 ‘생활인이 되는 법’이란 주제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돈은 왜 버는 걸까요?”(강사)

“쓰려고요?”(학생들)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까요?”(강사)

....(학생들)

지난 13일 노원구 혜성여고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어른되기 걸음마’ 그 두번째 시간에 최옥정(사진) 작가는 ‘생활인이 되는법’을 주제로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돈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이날 강의는 노원평생학습관의 지역 학교 후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 학교 1, 2학년 50여명을 대상으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 최 작가는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와 박진영의 ‘운동화에 관한 뉴발란스 이야기’ 등 미리 선정해 둔 책 두 권을 모티브로 돈에 관한 철학을 학생들에게 전했다. “소비의 시대에는 명품백을 든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 짓는 경우도 있지만 한 꺼풀을 벗겨보면 실상은 달라요. 사실 소비라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는 상관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부터 먼저 해 봐야겠죠? 돈을 벌어서 사고싶은 명품이 있으면 열심히 벌어서 사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으로 돈을 쓸 수도 있어요.”

그는 돈을 버는 과정에서 인간관계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돈을 벌고 쓰는 데는 어떤 생각의 기준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로 강의를 이어나갔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돈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져요. 여러분들의 인간관계는 사적으로 맺어진 그러니까 애정으로 맺어진 관계가 대부분이예요. 친구, 부모 등은 나와 사적으로 맺어진 관계죠. 그러니까 남들에게 나를 가짜로 보일 필요가 없어요. 그러나 사회에 나가서 직장인이 되면 조직 내의 사람들과의 관계는 공적인 관계, 즉 이해관계로 바뀌게 되면서 때로는 자신의 가짜 모습을 상대방에 보여주기도 하죠. 돈 가치만큼 노동을 제공하는 그런 관계로 바뀐답니다. 그래서 일을 할 때는 프로의 정신으로 일을 하고 상대방과의 관계는 때로는 무미건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답니다. 냉정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 등 직장인의 마인드를 갖춘다면 취업 후에 회사생활에 적응하기도 쉬워진답니다.”

이어 최 작가는 생활인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자신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돈을 벌어서 소비에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일정 부분은 저금을 하는 게 좋아요. 돈이 일단 있으면 자신을 위해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되거든요.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돈 역시 자신이 모아야 하는 것이죠. 이런 돈이 있으면 든든하겠죠.”

고등학교 졸업 후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인 충격의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만들어진 이번 강좌에 학생들은 강의시간 내내 최 작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최 작가는 글로벌 풋웨어 전문기업인 뉴발란스를 통해 창업과 기업의 성장 과정 그리고 사회를 통해 벌게 된 부를 다시 돌려주기 위해 설립하는 기업의 비영리 재단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업의 일부가 되는 직장인이 갖춰야 할 마음 자세에 관한 주제를 설명해 나갔다.

최 작가는 이어 학생들에게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주제를 던지면서 짧은 글쓰기로 유도해 나갔다. 학생들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내 진지하게 자신의 짧은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듯했다. 최 작가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긍정의 마인드 보다는 좌절의 마인드에 길들여지기가 쉽다”면서 “최고의 순간을 떠올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표현해보면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에는 좌절의 순간만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희망적인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글쓰기를 통해 마음에 힘을 키워나가는 것”이라면서 글쓰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생 최고의 순간을 종이에 옮겨쓰면서 진지하게 강의를 마쳤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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