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시행 1년을 맞는 후강퉁(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제도를 통해 중국 주식을 매매한 국내 투자자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험을 했다. 지난해 11월 2,600선에 머물렀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6월 5,178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2,850으로 고꾸라진 뒤 최근 3,500선까지 회복한 상태다. 이처럼 중국 시장이 아찔한 장세를 연출함에 따라 초반 뜨겁게 달아올랐던 후강퉁 열기도 6월 이후 많이 식었다. 현재 후강퉁 거래량은 총 한도의 4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내년 선강퉁(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이 시행되면 다시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강퉁 경험을 통해 국내 투자자들은 한층 경계심을 갖고 중국 주식에 대해 접근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후강퉁 시행 이후 11개월간(2014년11월17일~2015년10월16일) 국내 투자자들이 거래한 금액은 12조3,266억원(일평균 584억원)이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총 7,832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후강퉁 시행 이후 지난 6월까지 총 1조2,37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후강퉁을 통해 글로벌 자금이 중국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중국의 주식투자 붐이 일면서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상장주식 시가총액은 5월 말 36조1,0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142%나 급증했다. 하지만 6월 이후 상하이 증시가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감에 급락세로 전환하자 투자 열기도 빠르게 식었다. 5,000포인트를 넘어섰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일 급락하며 두 달 만에 3,000선이 붕괴됐다. 특히 7월27일에는 상하이종합지수가 하루에만 8.5%나 급락해 8년5개월 만에 일일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상장종목 90%가 하락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하이증시가 급락하자 일부 국내 증권사들은 "중국 투자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고 국내 투자자들은 후강퉁 거래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실제 6월25일부터 3개월간 국내 투자자들이 후강퉁 주식을 순매도한 금액은 4,774억원에 달한다.
급락했던 중국 증시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며 3,500선까지 회복됐다. 중국 정부가 다양한 경기 및 증시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중국 경기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이 같은 전망에 베팅했다. 9월23일부터 10월16일까지 231억원어치를 사들여 순매수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1년간 국내 투자자들이 후강퉁을 통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유안타증권기준)은 중국평안보험·중신증권·상해자동차·중국철도건설 등이다. 중국평안보험의 경우 후강퉁 시행 이후 52.93%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중신증권(30.77%), 중국철도건설(124.09%) 등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나타냈다.
새롭게 열리는 중국의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후강퉁에 이어 상하이와 홍콩 채권시장 간 교차거래인 채권 후강퉁 제도시행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채권 후강퉁 제도가 시행되면 해외투자자들도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국채·인민은행채·회사채 등을 매매할 수 있다. 여기에 내년 초에는 선강퉁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선전거래소에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형 종목들이 주로 상장돼 있는 곳이다. 시가총액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1,000억달러로 세계거래소연맹(WEF) 회원 거래소 중 7위권이다. 태희 자본시장 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년간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반전을 겪으면서 국내 증권사들과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성숙해졌다"며 "내년에 선강퉁을 비롯해 중국 시장이 추가로 개방되면 후강퉁 투자에서 잘못됐던 점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