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어찌할꼬…"

막말에도 당내 지지율은 65%… "존중하지 않으면 탈탕" 으름장
3당 출마때도 보수 승리 어려워
美 공화, 퇴출·후보 모두 리스크
힐러리 "수치" 등 비난 이어져

미국 공화당의 대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 혐오 발언 등 각종 막말과 기행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이어가면서 미국 대선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굳건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공화당 지도부에 탈당 으름장을 놓는 등 제3당 출마 가능성을 높이면서 미국 내 보수세력의 내년 대선 승리를 어렵게 만드는 형국이다.


트럼프가 미 대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반복되는 논란에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통신이 퍼플스트래티지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프라이머리(경선) 유권자의 65%는 트럼프의 무슬림 혐오 발언을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조사 대상의 3분의1이 넘는 37%는 이번 발언을 계기로 트럼프를 더욱 지지하게 됐다고 응답했고 46%는 이번 발언이 트럼프 지지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정치 전문가들은 기존의 공화당 주류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트럼프가 어떤 잘못된 발언을 해도 무조건 지지하는 '트럼프주의(Trumpism)'가 당 저변에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트럼프는 공화당을 탈당해 독자 출마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만일 공화당이 나를 경선 선두주자로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다면 모든 선택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공화당은 자신들이 명예롭게 행동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기득권층은 나를 함부로 대해왔다"며 무슬림 혐오 발언을 두고 자신을 비판한 공화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은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을 꺾고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는 미국 보수진영이다. 특히 공화당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돼도 미국 중도진영의 외면으로 대선 패배를 피할 수 없고 트럼프가 탈당할 경우 우파세력이 분열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CNN은 공화당이 트럼프를 대선주자로 인정하든 퇴출시키든 두 선택 모두 리스크가 크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를 향한 미국 내외의 비난도 그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8일 인터넷에 올린 공개서한에서 "트럼프는 증오를 팔아 이번 선거에서 유명해졌다"며 "그의 무슬림 혐오 발언은 수치스럽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BBC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트럼프의 발언은 분열을 초래하고 쓸모없으며 완전히 틀렸다"며 "그의 발언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BBC는 캐머런 총리의 발언이 영국 총리가 미국 대선주자들과 관련된 논평을 피해온 관례를 깼다며 그만큼 트럼프에 대한 영국 여론의 반발이 크다고 전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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