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가장 인기 높은 업종인 바이오 기업에서도 공모를 철회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며 공모주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공모주를 받아 줄 기관이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 및 기존 투자분 손실에 '지갑'을 닫고 있어 연말까지 상장을 앞둔 30여개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공모를 철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문기업인 팬젠은 이날 공시를 통해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 받기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공모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당초 팬젠은 지난 19~20일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공모가를 확정한 후 오는 26~27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실시해 다음달 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바이오 기업인 팬젠마저 상장 철회를 결정하면서 최근 전통 제조업 등 비(非)테마 업종과 바이오·헬스케어 등 테마 업종 간의 공모주 양극화 현상이 기업공개(IPO) 시장 전반의 침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중국 합성운모 전문기업 차이나크리스탈과 패션브랜드 '루이까또즈'로 유명한 태진인터내셔날 등 전통 제조업체가 공모 일정을 연기한 바 있으나 최근 바이오 기업의 상장에 제동이 걸린 경우는 팬젠이 처음이다.
공모주 시장 전반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은 우선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 때문이다. 연말까지 수요예측 및 공모 등 상장 절차를 마무리할 기업이 31개에 달한다. 하지만 공모주 물량을 받아줄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갈수록 마르고 있어 공모 철회가 잇따라 나올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우려다. 공모주가 상장 이후 잇따라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기관들의 자금이 대거 묶인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 의료 소재 기업 유앤아이는 공모가(3만원) 대비 29% 낮은 2만1,300원에 주가를 형성하고 있으며 20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엠지메드 주가 역시 공모가(4만원) 대비 17.25% 낮은 3만3,100원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상장 이후 매입 금액(공모가) 대비 일정 부분 이익을 보는 선에서 물량을 처분해 다시 이 자금으로 다른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식의 '선순환'이 필요한데 이 흐름이 끊겨버렸다"고 전했다.
공모가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기관들이 공모주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올 하반기 코스닥 시장 '최대어'인 더블유게임즈의 경우 주관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희망 공모가 밴드(5만1,000~6만1,000원)를 넘어서는 6만5,000원을 확정 공모가로 결정했다. 현재 더블유게임즈 주가(5만2,700원)는 공모가 대비 18.92% 낮은 상태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토대로 공모가를 산출하지 않고 시장 흐름에 일시적으로 편승해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였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수익률 관리에 더욱 노력을 기해야 하는 기관들은 투자 성향이 더욱 보수적으로 바뀌게 된다"며 "현재 상장 철회 카드를 고심하는 기업이 몇 군데 더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준석·김현상기자 pj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