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일 빈번하게 쓰는 '의식주 물가지수'는 3년 만에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식·체감물가 간 괴리가 나타나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민감함'을 들었지만 실제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 가격은 계속 오른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공식 물가지표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크다는 비판에 따라 내부적으로 의식주물가지수를 산출했다. 공식 물가지표에는 휘발유·교육비 등 사람에 따라 소비를 하지 않는 품목이 들어가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대중성이 높은 품목인 '의식주'를 따로 추려내 물가 상승률을 조사한 것이다. 이 지표에는 의류 및 신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육류·어류·빵 등 포함), 전월세 등 총 74개 항목이 들어 있다.
그 결과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월평균 의식주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2% 상승했다. 이는 2012년(4.1%)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2013년 1.6% △2014년 1.4% 등 꾸준히 낮았다가 올해 반등했다. 의식주 물가지수는 공식 물가지수보다도 크게 웃돌았다. 올해 들어 9월까지 공식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0.6%에 불과했다. 소비자물가는 11개월째 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의식주 물가지수는 지난달 유경준 통계청장 주재로 진행된 '체감물가 설명' 브리핑에 일부 수록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의식주 물가지수는 내부 통계로 매달 공개되는 소비자물가지표 등에 포함시키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물가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간 격차가 확인되면서 물가 산정방식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다시 한번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정부와 한은은 '0% 공식 물가지표와 달리 체감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통계상 문제가 아닌 소비자의 심리적인 이유를 주로 들었다. 특히 한은은 7월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가격이 오른 품목에만 가중치를 두고 산출한 결과 소비자들의 물가 인식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