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2년…현대제철 순천공장을 가다

2013년말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현대제철 합병, 올 들어 공정 축소·연구 지원 강화 등 시너지 본격화
레이저 용접 도입, 도금시설 개선 등 설비 투자로 국내 최고 수준의 차강판 생산체제 구축

지난 11일 전남 순천과 광양·여수 등 3개 도시가 맞붙은 율촌제1일반산업단지. 이곳에 위치한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린 열연코일이 불순물 제거→압연→열처리→아연 도금 등의 과정을 차례로 거쳐 반짝이는 은빛의 냉연강판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냉연공장 중심부에 위치한 상황실에서는 직원들이 공정 전 과정을 나타내는 모니터를 유심히 살펴봤고 고성능 카메라는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강판 곳곳을 촬영하며 미처 사람이 찾지 못한 미세한 흠까지 잡아내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냉연 강판의 절반 이상은 현대·기아차로 보내 세계를 누비는 자동차로 변신하고 일부는 가전제품이 돼 집집마다 놓인다. 알록달록한 색깔을 입힌 컬러 강판은 건축물의 내외장재로 세련미를 더한다.


1999년 완공된 순천공장은 올해로 벌써 17년째로 당진 냉연1공장(2006년)이나 2공장(2013년)과 비교해 겉보기에는 오래된 느낌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3년간 이어지는 설비 개선 작업에 따라 국내 최고의 냉연 설비로 거듭나고 있었다.

공정 초반부에 위치한 레이저용접기는 이번 설비 교체로 가장 두드러지게 변화한 부분으로 꼽힌다. 냉연설비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열연코일 2개를 하나로 이어 각 공정을 거친 뒤 마지막에 다시 절단해 각각의 제품으로 내보낸다. 순천공장은 4월 가스용접기를 레이저 방식으로 바꾸고부터 생산 속도가 빨라지고 불량도 대폭 감소했다. 김정태 조업지원팀 부장은 “용접 잘못으로 공정을 멈추는 사고율이 40%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제어시스템이 전면 교체됐고 내년에는 아연도금을 보다 정교히 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추가 투자가 이뤄진다.

순천공장의 더 큰 변화는 연구개발(R&D)과 공정효율화 등 무형적인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 합병 시너지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순천공장은 애초 현대하이스코 소속이었지만 2년 전인 2013년 12월31일부로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냉연 부문을 합병하면서 현대제철로 사명을 바꿔 달았다. 7월1일에는 현대하이스코의 나머지 강관과 해외스틸서비스(SSC) 부문까지 통합 현대제철이 됐다.

합병 만 2년을 채워가며 공장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퍼지고 있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한목소리다. 당장 △공정 단순화 △상하(上下) 공정 간 피드백 강화 △R&D 교류 확대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공정 단순화의 경우 코일제품 표면을 평탄하게 하는 작업을 기존에는 열연공장과 냉연공장에서 각각 하던 것을 냉연공장만 수행하며 전체 공정이 한 단계 줄었다. 김 부장은 “예전에는 다른 두 회사였기 때문에 당진에서 포장까지 한 완벽한 상품을 만들어 보냈다면 지금은 한 회사의 연속된 공정으로 당진공장의 마무리 작업을 줄인 셈”이라며 “지난해 7월부터 시범 운용한 뒤 올 들어 전면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쇳물을 만드는 상(上)공정부터 냉연처리를 거치는 하(下)공정까지 품질 관련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며 공정 개선도 빨라졌다. 현대제철은 매주 당진공장에서 순천공장 담당자들이 참석하는 품질회의를 2시간가량 열고 열띤 논의를 통해 고칠 점을 바로바로 공유한다. 당진공장의 앞선 압연 기술이 순천에 전달되고 순천공장의 냉연기술은 당진공장에 전파돼 R&D 기능도 강화됐다. 김정태 부장은 “합병 첫해인 2014년이 과도기였다면 올해는 합병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현대제철 냉연제품의 시초 공장으로서 자동차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천=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김정태 현대제철 조업지원팀 부장이 지난 11일 전남 순천공장에서 냉연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순천=임진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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