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거의 모든 국가는 생산성 저하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최고 부자 80명의 재산은 전 세계 부의 절반과 맞먹을 정도로 불평등이 심각합니다. 한계를 드러낸 자본주의를 과학기술이 결합한 '디지털 공유경제' 도입으로 극복해야 합니다."(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사진)
전 세계 과학기술인이 모여 미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개최한 세계과학정상회의가 19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개막했다.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글로벌 미래창조'라는 주제로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는 전 세계 57개국 과학기술 분야 장·차관급 인사와 12개 국제기구 수장 등이 참석하고, 외국에서 온 참석자만 3,000명이 넘는 등 최대 규모다.
회의 첫날인 19일은 세계 저명 학자가 세션을 통해 강연하는 세계과학기술포럼이 진행됐다. 포럼의 기조연설은 '노동의 종말', '한계비용 제로사회' 등 유명 서적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 이사장이 맡았다.
기조연설에서 리프킨 이사장은 전 지구적으로 생산성 저하와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진단한 뒤, 해법으로 과학기술 혁명을 제안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역사적으로 통신과 에너지, 운송수단이 각각 또는 종합적으로 변할 때 산업 패러다임이 변해왔다"며 "인터넷, 특히 거의 모든 사람과 사물을 잇는 사물인터넷(IoT)과 태양열·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무인 자동차 같은 운송수단은 앞으로 3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며 "3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과학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화, 추가 생산 비용(한계비용)이 거의 영(0)에 가까운 '공유경제'"라고 강조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디지털 공유경제에서 한국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전자제품과 정보통신기술(ICT) 운송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유리하다"며 "카 셰어링, 홈 셰어링 등 공유경제가 막 출발하고 있는데 이는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또 이날 포럼에는 200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아론 치에하노베르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교수(서울대 의대 석좌교수)가 강연에 나섰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앞으로 '맞춤 의학'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환자의 DNA나 RNA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 정보가 의사에게 바로 전달돼 약과 치료법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질병이 아니라 환자를 보는 의학이 꽃필 것"이라고 했다.
역시 세션 강연을 한 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 일본 나가노대 교수는 "인류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생존 위협 해결이라는 과제에 당면했다"며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이날 세계과학기술포럼 개회사를 통해 "한국은 과거와 현재의 역동적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협력해 국제사회 과학기술 혁신에 공헌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