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고통의 현장 떠난다면 설 자리가 없고 필요도 없습니다."
대화를 통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자진출두를 이끌어낸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사진) 스님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싸움의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면 불길을 가라앉히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화쟁위원회는 조계종이 지난 2010년 사회의 첨예한 문제를 대화와 상생으로 해결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그는 한 위원장을 "이질적인 사람"이라고 평하면서도 "(그는) 차분하고 충분하게 소통할 수 없었고 불만과 억울함, 서운함이 다 있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화쟁위와 한 위원장 양측은) 이 세상은 함께 살도록 돼 있다는 기본 기조를 지켰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과 함께 논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도법 스님은 "화쟁위 역량이 충분했다면 (정부와의 대화를) 힘있게 추진했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화쟁위를 민주노총과 같은 편으로 규정하고 만남을 거부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노동개혁이 이뤄지든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대로 노동 개악이 중단되든 갈등과 대립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노동 관련 법 개정을 잠시 유보하고 야당, 노동계, 종교계, 재계, 청년 세대, 비정규직 등 당사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마당을 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도법 스님은 "타인을 온전하고 고귀한 존재로 볼 수 있어야 비판도 투쟁도 공동체를 살리는 약이 된다"면서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할 이웃이자 동반자임을 인식하는 대화와 상생의 문화가 우리 사회 안에서 확산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