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알피니즘'을 다시 생각하다-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지난주 지인들과 오랜만에 산행을 했다. 산은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자연의 풍요로움을 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산에 오르려 한다. 인간에게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도전의 대상이다. 산을 오르면서 결국 극복하고 싶은 것은 나약한 자기 자신이고 도전하고 싶은 것은 스스로의 한계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올라선 순간의 가슴 벅찬 감동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산의 선물이리라.

산을 오르면서 겪는 많은 일은 인생 여정과도 비슷하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고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삶의 기쁨을 느낀다. 그것은 등반가의 알피니즘과도 닮아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산, 험난한 산을 오르는 데서 즐거움을 찾고 도전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알피니즘은 단지 등반가의 철학이 담긴 단어만이 아닌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산을 오르면서 알피니즘이나 알피니스트 같은 거창한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다. 봉우리도 산이고 골짜기도 산이다. 때로는 길이 좁고 험해도 힘든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야 한다. 꾸준히 걷다 보면 정상에 오를 수 있고 또한 하산할 수도 있다. 가파른 길을 올라갈 때 느끼는 심장의 박동,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방울, 심지어 다리에서 느껴지는 떨림까지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산은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어쩌면 알피니즘은 힘들 수밖에 없는 도전 과정에서 여전히 스스로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끊임없이 산에 도전하고 산은 사람의 겸손과 인내를 시험한다. 때로는 잘못 선택한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어 두려운 마음으로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할 때도 있고 숨이 턱턱 막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한 발 한 발 내디디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도 하다.

산에서 내려오는 일도 중요하다. 정상에 올라갔을 때 세상의 모든 것을 발아래 뒀다는 가슴 벅참에 취해 내려와야 할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산은 내려올 때를 아는 현명함을 가진 자에게 올라갈 때는 볼 수 없었던 숨겨진 아름다움을 가득 안겨준다.

산에 오르는 길과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산에 오르는 이유도 느끼는 감정도 모두 다르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다른 자신의 길을 걷는 것이다. 비록 여럿이 함께 산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산에 오르는 사람은 자신의 산에서 자신만의 알피니즘을 추구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삶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알피니스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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