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말이야기] 한 번 교배료가 700만원… 한국 최고 씨수말 '메니피'

메니피

지난 1996년 5월4일 미국 켄터키주의 한 목장에서 잘 생긴 갈색의 수말이 태어났습니다. 전설적인 씨수말 '스톰캣(Storm Cat)'의 손자 말이기도 한 이 말의 이름은 '메니피'로 1999년 한때 미국 삼관마 경주에 참가해 두 번이나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닮아서일까요, 통산 11전 5승과 2위 4회라는 멋진 성적을 남기고 4세에 씨수말로 진로를 변경합니다. 그리고 2006년 메니피는 혈통 좋은 선진 경주마에 목말랐던 우리나라에 약 30억원에 도입돼 오늘날 대한민국 경마의 혈통을 장악하게 됩니다.


2015년 11월 현재 메니피는 한국의 리딩사이어(Leading Sire·자마들의 상금액이 최고인 씨수말)입니다. 이런 활약에 메니피를 팔았던 미국에서 재구매 의사를 타진하기도 해 한국판 '선데이사일런스'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전에 소개한 바 있듯이 선데이사일런스는 일본 경마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되는 기념비적인 씨수말입니다.

자마들의 상금 증가에 따라 교배료가 치솟는 씨수말들은 일명 '움직이는 기업'으로 불립니다. '정액 한 방울이 다이아몬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지요. 1년에 1마리씩밖에 낳을 수 없는 암말에 비해 하루에도 수차례 교배가 가능한 씨수말의 몸값이 훨씬 비싼 이유이기도 합니다. 메니피의 국내 도입 가격이 놀랍지만 세계 최고가 씨수말들의 몸값은 천억원이 넘는 경우가 허다하고 한 번 교배료도 1억원을 가볍게 넘긴다고 하니 해외 말 산업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국내에는 이미 100마리 정도의 씨수말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메니피는 VVIP 대접을 받습니다. 렛츠런팜 제주의 드넓은 전용 초지와 안락한 마방에 살며 24시간 돌보는 전담 관리사들과 고급 사료 등으로 한 달 관리비로만 1,000만원이 넘게 소요됩니다. 지난해에는 교배를 희망하는 암말들의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메니피와의 교배료가 1,000만원에 책정됐으나 지금은 생산농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700만원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메니피의 인기는 최근 경주에서 그 자마들이 우승을 도맡아 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국내 경주마 경매에서는 메니피의 자마가 2억6,000만원이라는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메니피의 자마들이야말로 금재갈을 물고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 생산 농가들이 메니피를 사위로 맞이하려 줄을 서는 심정, 이해가 가시겠지요.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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