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을 받고 블록딜(시간외 주식 대량매매)을 주선하거나 고객 계좌까지 끌어들여 주가조작에 가담한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감시·감독 역할을 해야 할 한국거래소 직원도 업무상 알게 된 시장정보를 이용해 주식매매를 알선하고 거액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박모(47) KB투자증권 이사, 이모(47) KDB대우증권 이사대우 등 증권사 임직원과 기관투자가, 주가조작세력 등 19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또 증권사 직원 윤모(37)씨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73억원가량을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하고 396억원 상당의 불법행위 연루재산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과세 대상 자료를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KDB대우증권 법인영업부 팀장 김모(43)씨 등 증권사 직원 2명과 함께 I사 대주주의 부탁을 받고 기관투자가들에 블록딜 방식으로 주식 45만주를 130억원에 매도한 대가로 6억9,000만원을 받았다. 또 이씨는 지난해 9월 투자자문회사 하나파트너스의 전 대표 김모(50)씨와 짜고 T사 주식 145만주를 같은 방식으로 기관투자가에 28억원에 팔고 1억5,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2013년 3월 당시 비상장회사였던 카카오 대주주로부터 "보유주식을 처분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거래소 직원 최모(44) 차장도 증권사 직원들과 공모해 기관투자가에 해당 주식 10만주를 53억원에 블록딜하도록 알선해주고 8,000만원을 챙겼다. 특히 이들은 검찰의 수사망을 피하려고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지인이나 친인척 계좌까지 동원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블록딜을 주선하는 '검은 커넥션'과 함께 유가증권시장 최대주주와 교보증권 등 현직 증권사 직원이 고객 계좌까지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