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수위조절에 들어갔다. 주택담보대출을 급격히 조일 경우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장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해 '소프트랜딩(연착륙)'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가계부채 여신 선진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빚을 늘리는 구조에서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의 발표대로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고부담대출, 신고소득을 활용한 대출에 비거치식·분할상환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의 우려를 감안해 집단대출, 상환계획이 세워진 대출, 단기 생활자금 등 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예외조항을 두기로 했다.
기존 발표내용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차주의 소득과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지금보다 대출한도가 낮아진다. 정부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대출자의 소득은 원칙적으로 소득증빙자료로 판단하기로 했다. 소득증빙자료는 현재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내 1억원을 초과한 아파트담보대출에 60%의 대출한도를 계산하기 위해 요구하는 자료로 소득세납부증명서·소득세원천징수영수증 등이 해당한다. 지금은 소득증빙자료 외에도 신용카드 사용액이나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납부액, 최저생계비 기준 등으로 소득을 추정해 상환능력을 평가한다.
금융당국은 DTI가 적용되지 않은 주택담보대출에도 은행이 소득증빙자료를 받아 DTI를 계산하도록 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소득자료를 확보하지 않거나 확보해도 입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DTI가 적용되지 않는 비수도권에 직접 DTI 규제를 하지 않더라도 일단 DTI를 산출하도록 해 대출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신규 변동금리대출에는 스트레스 금리와 총체적상환부담(DSR)을 보완지표로 도입한다. 스트레스 금리란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 변화를 현재 금리에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연말로 예상되는 미 금리인상에 이은 국내 금리인상을 반영해 2%포인트 올리는 방식이 유력하다. 다만 실제 이자가 오르는 것은 아니고 DTI에 반영해 대출한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한 DTI가 80%를 초과하면 비수도권이라도 대출이 제한돼 간접적으로 DTI 규제 효과가 발생한다. 대출한도가 낮아지면 은행은 대출금 자체를 줄이고 금리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것을 고객에게 권유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대출 사후관리에는 총체적상환부담을 적용한다. 현재 DTI는 해당 주택담보대출 부담만 적용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대출이나 신용카드론 등 대출자의 모든 상환부담을 감안해 연체 등을 관리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은행의 대출상환 관리가 강화되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부동산 분양시장의 위축을 우려해 집단대출이나 기존 대출에는 선진화 방안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또 다수의 예외조항을 둬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임세원기자 w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