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늪'에 빠진 한국경제] 유통·건설은 그나마 숨통…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

도소매재고율 5개월래 최저… 미분양 가구수도 크게 줄어

최악의 코스를 밟고 있는 제조업에 비해 소비 분야 즉, 유통·건설업 재고는 그나마 최근 들어 숨통이 트인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소비회복, 주택 청약시장의 과열에 의존한 재고 소진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도소매업 재고율지수(2010년 100 기준)는 지난 9월 114.5로 4월(113.0)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표는 백화점, 대형마트, 소매점, 자동차 및 부품 판매점의 재고-판매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재고가 쌓여 있다는 뜻이다.


도소매업 재고율지수는 2009년 6월 97.9로 저점을 기록한 후 꾸준히 올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직후인 6월 120.8까지 상승했다. 이는 비교 가능한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최근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았던 소비가 살아나며 도소매 재고율지수는 △7월 117.4 △8월 117.9 △9월 114.5 등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 분양시장의 호조세도 건설업계 재고 소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전국 주택 미분양 가구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에 16만5,599가구를 기록한 후 기록적인 전세난과 아파트 분양시장 흥행에 힘입어 올 9월 3만2,524가구로 5분의1 수준까지 줄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끝나고 내년 초 소비절벽이 나타날 경우 도소매 재고가 다시 반등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또 오는 12월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우리나라도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타면 주택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며 주택 재고물량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김상훈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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