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얼간이를 허하라-한국 과학계 노벨상 받으려면?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에 대해 별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보통사람보다 얼간이 짓을 많이 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인 오무라 사토시의 말입니다.

얼간이, ‘됨됨이가 변변하지 못하고 덜된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요. 오무라가 말한 얼간이란 뭘까요?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하고싶은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지난 194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도 그런 얼간이었습니다. 늘 사람들에게 종잡을 수 없는 질문을 던져 당황시키기 일쑤였죠.

일본은 지금까지 전 분야에 걸쳐 24개의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과학 분야에서만 21개를 수상해 영국, 독일 다음으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수상자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차이가 뭘까요? 한국에는 얼간이 짓을 하는 학자들이 없어서 일까요?

어쩌면 한국이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로 ‘얼간이’들에게 관용적이지 못한 사회 분위기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과학계 실정은 겉보기엔 괜찮은 모습입니다.


세계 3대 과학저널에 한국 과학자의 논문이 실리기도 하고, 역대 정부에서 연구 개발 혁신, 기초과학 집중 등 거창한 목표를 내걸기도 했지요.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폐단이 만만치 않습니다. 깊이 있는 연구보다는 논문 수에 민감하고 표절논문이 넘쳐납니다. 또 논문 쪼개기도 만연한 실정입니다.

바로 강압적인 관료주의 문화가 팽배한 상황에서 단기성과에 연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한국 과학계가 노벨상을 탈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과학계의 관료주의 척결 ▲단기성과 연연한 관행 청산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인식 전환 ▲연구과학에 대한 실효적 투자는 기본입니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지지해주는 사회 분위기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일본에서는 10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기업만 7~8만개라고 합니다. 지속적인 연구가 가능해 2002년엔 평범한 학사 출신 중소기업 말단 회사원 다나카 고이치가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얼간이’들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얼간이’들이 존중받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수현기자 movingsh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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