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는 '박람회의 도시'로 잘 알려졌지만 그런 명성을 얻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교차로에는 어느 곳이든 어김없이 전시회장의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표시판이 설치돼 있다. 이곳을 처음 찾는 관광객도 쉽게 전시회장을 찾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전시회장 티켓만 있으면 지하철도 무료다. 독일 지하철 요금은 짧은 거리라도 4,000원에서 7,000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전시회장 관람객들에게는 이를 면제해준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독일전시산업협회(AUMA) 본사에서 만난 하랄드 쾨테르 AUMA 총괄이사는 "마이스 산업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전시자와 전시관람객인 기업"이라며 "이들이 뭘 원하는지를 파악해 해결책을 찾아줌으로써 재방문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경쟁력 강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에 성공한 도시들에는 차별화된 특징들이 나타난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기업과 관광객을 매료시키는 파격과 디테일이다.
런던 워털루역에서 남서부행 열차를 타고 40분을 달리면 모습을 드러내는 길포드시. 인구는 경북 김천시 수준인 14만명에 불과하지만 1인당 가처분소득은 런던 다음으로 높다. 스타트업들이 몰려든 덕분이다.
이곳의 대표적 창업지원보육센터인 서리테크놀러지센터는 창업 이후 5년간 '영아단계' '유아단계' 등으로 나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집중 관리한다. 일명 '엄마 보육방식'이다.
사무실 입주계약은 1개월 단위로 갱신된다. 벤처의 성공·실패 속도가 빠른 만큼 1~2년 단위로 계약하면 오히려 비용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고려한 조치다.
창업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바로 사무실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감안했다.
이곳에 입주해 핀테크 사업을 하는 홈 호킨스 골드아이 대표는 "사무실 추가 임대를 부탁했더니 바로 3배 규모의 사무실과 연구시설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벤처에 대한 이 같은 파격적 조치가 다시 벤처를 끌어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일자리 창출이 현안인 우리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를 알게 해준다.
/프랑크푸르트·베를린=양사록기자
길포드=정혜진기자 made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