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초기 무관세율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또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어서 시장 개방 효과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 등 16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RCEP가 발효되면 1단계에서는 무역의 65% 정도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2단계에서 10년 안에 20%가 완전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남아 있는 15%는 현재와 같은 관세율이 유지되거나 추가로 5~10%가 무관세 협상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RCEP의 개방 수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초기 시장 개방 수준을 낮추더라도 협정 타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가오옌 중국 상무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차관)은 "중국 정부는 RCEP가 가능한 한 빨리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모멘텀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정부망도 이날 논평에서 리 총리가 말레이시아에서 RCEP에 대해 '담판'을 지었다며 이번 회의 기간에 RCEP에 참여하는 16개국이 한목소리로 조기 협상 타결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의도대로 RCEP의 초기 무관세율이 65%로 확정될 경우 초기 무관세율이 95~100% 수준인 TPP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며 우리나라가 체결하고 있는 한·호주, 한·아세안 등 양자 FTA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RCEP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견제하려는 중국의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왕융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현재 RCEP의 협상 수준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아세안과 한국·일본·호주 등을 묶는 거대 경제통합체를 구성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