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대출·음란 광고 홍수에 페북 '건전한 소통' 로그아웃

모니터링 시스템 작동 미흡… 태그 악용한 무작위 광고노출


페이스북을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김성규(가명·36)씨는 최근 페이스북을 탈퇴하고 다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갈아탔다. 대출·도박·사행성 게임을 홍보하는 글이 난무한데다 음란성 광고도 무차별적으로 배포돼 적지 않은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페친이 2,500명 가량인 그에게는 페이스북이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밝히지 않고 페친(페북 친구) 글을 자의적으로 띄워 주는 것도 불만 중 하나다. 페북 감정 버튼이 '좋아요' 하나만 있는 것도 불만이다.

이처럼 소통의 장으로 출발한 페북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에서 페북(모바일) 가입자의 총 이용시간은 지난달 713만 시간으로 지난 1월(800만 시간)보다 10% 이상 감소(코리안클릭 집계)했다. 전체 가입자도 지난달 1,104만명으로 1월에 비해 4만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우선 페북 기능 중 하나인 '태그(@)'가 유해성 광고와 글들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그한 후 이름을 쓰면 누구든 검색돼 무작위로 광고를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낯 뜨거운 키워드로 관련 사이트가 쉽게 노출되는 등 유해 콘텐츠 검색 과정에도 미성년자 등 연령 제한이 없다. '나가요 걸'이 성매매를 유도하는 내용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모르는 이용자에게 무작위로 메시지도 보낼 수 있어 국내·외에서 사기나 음란성 내용이 개인 메시지로 들어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페이스북이 광고·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방송 등 인기 콘텐츠를 무단 전재하고 도박과 음란성 광고를 붙이는 일도 빈번하다. 예컨대 한 인기 페이지에선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영상을 편집해 무단으로 올리고 해당 코너 끝에 '5년 해외 메이저 안전 놀이터', '매일 충전 10% 무제한' 등의 해외 온라인 도박 광고를 실었다. '친구 500명, 팔로워 6,500명 개인 계정 팝니다'라는 글을 올린 한 판매자가 49만원을 페이지 판매가로 제시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 인기 드라마나 게임, 음악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계정들이 매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페북 페이지나 댓글 홍보가 과열되다 보니 페이지 곳곳에 '페북 홍보 알바'를 채용하는 글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페이스북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스북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외설 콘텐츠를 발견하면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하며 이용자 신고 장치도 마련했다. 상습적으로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해도 이용에 제한을 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자의적 글 편집 기준에 대한 알고리즘 원칙이나 지난달 미국 본사가 밝힌 '러브, 웃음, 기쁨, 놀람, 슬픔, 분노' 형식의 좋아요 버튼 확대 시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정작 기업 마케팅을 위해 페이스북에 뉴스 형태의 피드(Feed) 광고를 집행하는 업체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대형 모바일게임사 대표는 "소셜 미디어 광고는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어 페북 광고의 경우 2,000만원 이상 집행하면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꼬집었다. /박호현·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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