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 노조 경쟁시대… 하역비 인하 바람

온산항운노조 19일부터 단체교섭
"울산·온산항 노임비 50~80% 인하"
기존 울산노조도 인하가 제시 예상

분주한 울산항 6부두
울산항 6부두에 철골 및 자재들이 쌓여 있다. 울산항은 하역을 담당하는 항운노조가 지난 7월부터 복수노조체제가 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장지승기자

지난 1952년 설립 이후 독점 노조체제로 운영돼 온 울산지역 하역업에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가격 파괴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온산항운노조(위원장 박민식)는 내년 3월 19일 단체교섭 적용일을 앞두고 21개 하역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 공문을 모두 발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7월 복수노조로 설립된 온산항운노조는 오는 19일부터 단체교섭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울산항에는 21개의 하역회사가 울산항만물류협회에 가입돼 있다. 9개 하역회사는 개별적으로 하역업을 하고 있는 실정으로 30개 하역회사 모두 현재는 울산항운노조와 계약돼 있다.

복수노조인 온산항운노조가 설립되기 이전에는 통상 울산항만물류협회가 울산항운노조(위원장 이희철)와 1년 단위로 노무공급 단체계약을 대행했다. 또 필요에 의해 개별업체가 추가적으로 항만노조와 계약을 체결해 왔지만 앞으로는 이런 관행이 사라지게 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월엔 현대중공업으로 운송되는 연간 30억원 규모의 선박블록과 해양플랜트 하역을 두고 울산항운노조와 온산항운노조가 해당 하역업체를 상대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양 노조 모두 50% 인하된 가격을 제시했지만, 기존 울산항운노조가 선정됐다.

박민식 온산항운노조 위원장은 "온산항운노조는 전국 항만및 하역업계 최초로 63년 만에 복수노조 노무공급 교섭을 진행했지만, 기존 독점노조인 울산항운노조가 울산항 하역 노임 가이드라인 대비 50%정도 인하된 노임을 제시해 재계약했다"며 "계약엔 실패했지만 시장 경제 논리에 맞게 하역비를 인하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최근 3개월간 와신상담한 온산항운노조는 이번에도 합리적 가격으로 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어서 가격 인하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울산항과 온산항 하역 노임을 50~80%까지 인하하겠다"며 "이는 불합리한 관행과 각종 추가 할증제도를 철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온산항운노조에서 파격적인 노임비 인하를 제안하고 나섰지만 당장에 하역업체와의 교섭이 성사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울산항 하역업체 중 대한통운, 동방, 세방, 동부, 한진 등 전국 항만을 이용하고 있는 대형업체들은 울산항 뿐만 아니라 전국의 항만노조와 연결돼 있는데다 내년 3월까지 계약이 남아있어 울산항운노조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항운노조는 울산항운노조가 유일하다가 항만 설립 63년 만인 지난 7월 온산항운노조가 근로자공급사업을 허가받았다. 지난 10월에는 온산항만운송노조가 울주군청으로부터 노조 설립 신고서를 받고 울산노동지청에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신청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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