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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어려웠던 만큼 수시에 배수진을 쳐야지요."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첫 주말을 맞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서울지역 각 대학에서 최소 하루에 '두 탕'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15일에는 가톨릭대·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숙명여대·한양대·세종대에서 논술 시험이 일제히 치러졌다. 이날 오전 성균관대와 오후 한양대 자연계열 논술을 친 수험생 김모군은 "오전에 성균관대에서 같이 논술 시험을 친 얼굴들이 여럿 보였다"며 "다들 수시에 매달리고 있는 지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고 마음을 졸였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올 수능이 평가원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출제돼 체감 난도가 높아지면서 중상위권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채점 결과 두 과목 이상에서 2등급을 맞은 학생들은 수시 논술에 승부를 거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그런지 수시논술이 치러진 대학마다 의·치·한의대나 인기학과를 제외하고 빈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특히 논술 시험을 치른 대학 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보지 않는 한양대는 인문계열의 경우 응시율이 88%에 달하는 등 평균 80%를 넘었다. 지난해 물 수능 논란으로 수험생들이 대거 몰렸던 수시 논술에서도 주요대의 응시율이 70% 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다.
서울 노원구 혜성여고에 재학 중인 백모(18)양은 "국어, 영어가 원래 1등급에서 각각 2등급으로 떨어지면서 수시 논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오전에 성균관대 교육학과 논술을 치고 왔는데 한양대 시험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한가람고에서 온 전모(18)양은 "경쟁률이 70대 1이 넘는다고 하지만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나름대로 열심히 논술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수험생보다 학부모들의 속은 더 탔다. 자녀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낸 학부모들 가운데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성균관대에서 시험을 치르자마자 한양대로 수험생을 태우고 왔다는 김민기(49)씨는 "급하게 먹인 도시락이 체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정작 자신은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대충 때웠다고 말했다.
한편 수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21∼22일 고려대, 한국외대 등 9개 대학에서 논술, 면접 고사이 치러지는 것에 맞춰 일주일 남짓 동안 집중적으로 논술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종로 학원의 경우 13∼15일에만 논술대비반을 신청한 학생이 30% 가량 증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난해에는 수시를 보러 가야 할지 문의전화가 많았다면 올해는 논술, 면접 대비반 신청 전화가 확연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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