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업적연봉도 통상임금"

"해당연도 액수 변동없어 고정성 있는 임금으로 봐야"



전년도 근무 성과에 따라 직원별로 차등 지급하는 업적연봉도 기본급이나 정기상여금처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한 통상임금 기준이 보다 명확해진 것으로 이번 판결에 따라 임금체계에 '업적급' 개념을 적용하고 있으면서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합의에 이르지 못한 기업들은 이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6일 한국GM 사무직 근로자 1,02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판단을 일부 뒤집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GM대우 직원들이 회사에서 받은 임금 항목 가운데 △업적연봉 △조사연구(조직관리)수당 △가족수당 중 본인분 △귀성여비 및 휴가비 △개인연금 및 직장단체 보험료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며 제기한 사건이다.

이 가운데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번 상고심의 쟁점이 됐다. 업적연봉은 일종의 개인별 차등 상여금으로 전년도 인사평가 등급에 따라 다음해의 인상분을 결정한 후 12개월에 걸쳐 지급하는 임금이다. 이 사건 1심의 경우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반면 원심인 항소심은 통상임금이 맞다고 판결하며 판단이 엇갈렸다. 같은 내용의 다른 사건을 맡은 재판부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보는 등 재판부마다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업적연봉은 전년도 인사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등급에 따른 인상분이 정해지면 그 금액이 해당 연도에는 액수 변동 없이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구조"라며 "해당연도의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고정성이 있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2013년 통상임금의 기준으로 고정성과 일률성·정기성을 제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상여금과 성과급의 개념이 혼합된 업적급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 일부 기업들은 통상임금 반영 기준을 재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이나 쌍용차의 경우 지난해부터 업적급을 통상임금에 반영하고 있으나 현대차와 기아차 등 현대차 그룹은 여전히 통상임금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 업적연봉을 그동안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하지 않았던 기업은 이번 판결에 따라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업적연봉 혹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도 이걸 고정적으로 지급하는지, 어떻게 산정하는지 등 상황에 따라 통상임금 적용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귀성여비와 휴가비·개인연금보험료·직장단체보험료의 경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일 등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도록 정해져 있으므로 소정 근로의 대가라고 볼 수 없고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항목들은 원심에서는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았다. /김흥록·유주희기자 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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