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등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이 마카오 카지노에서 원정 도박을 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외국에서 불법 도박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 왜 그 멀리까지 가야 했을까. 가까운 강원도 정선에 강원랜드라는 카지노가 있는데 말이다.
지난해 강원랜드 매출은 1조4,220억원이나 된다. 입장객은 300만6,900명이었다. 임창용이 마카오에서 수천만 원을 판돈으로 썼는지 수억 원을 썼는지 논란이지만 강원랜드에서는 이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금액이 오고 간 것이다.
강원랜드에서의 도박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지만 누가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도박을 했다고 해 비난받거나 형사 처벌된 적은 없다. 강원랜드에서의 도박은 특별법에 따라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석탄 산업 사양화에 따른 폐광 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관광 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폐광 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지난 2000년 문을 연 공공기관이다. 국가가 도박장을 관리하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 정부가 관리하는 국내 도박장에서 도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다른 나라에 세금을 내는 해외 도박은 문제라는 논리다. 물론 임창용의 원정 도박에는 외환관리법 등 다른 위법 사항이 있지만 도박만 두고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동안 불법 도박으로 문제가 된 것은 모두 해외에서다. 임창용을 비롯해 신정환·황기순·주병진 등이 역대 뉴스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다. 아마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면 눈에 띄니 해외로 나갔을 것이다.
강원랜드의 존재가 도박을 부추기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임창용이 소속된 프로야구 삼성 구단은 소속 선수들의 강원랜드 출입이 잦자 이를 금지하면서 각서까지 받았다고 한다. 선수들은 이를 피해 (강원랜드가 아닌) 해외로 튄 셈이다.
강원랜드는 놓아두고 원정 도박만을 처벌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정부는 강원랜드 매출의 10%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걷고 있다. 도박 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정부의 세수가 늘어난다. 또 강원랜드라는 도박 산업은 연쇄 효과를 발생시킨다. 다른 지자체나 기관도 카지노를 요구하는 것이다. 얼마 전 논란이 된 크루즈의 선상 카지노 요구도 그중에 하나다. 폐광이라는 지역 개발이 목적이라면 다른 지역도 할 말은 있다. 특별법 아래 강원랜드 카지노 허가는 오는 2025년까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강원도 폐광 지역(태백·정선·영월·삼척)의 관광 자원화를 위해 139억원을 내년에 배정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해 지역을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도박장이 아니어도 지역 개발은 가능하다. 임창용 개인이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가치관에 혼란을 주는 도박장 문제 해결이 먼저다.
최수문 문화레저부 차장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