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부터 한중일 릴레이 정상회담] 한일은 역사·안보 - 한중은 경제… '셈법 다른' 3國 외교전 스타트

박 대통령, 군위안부·자위대 의제로 아베 압박 예고



10월31일~11월2일 3일간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의 방향을 결정하는 큰 장(場)이 선다. 갈등과 대립으로 표현되는 '동북아 패러독스'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갈등의 골만 키울지, 아니면 화해와 협력의 계기를 마련할지 중차대한 전환점에 서게 된다. 청와대도 총칼 없는 한중일 3국 외교전쟁의 '프레임'을 정교하게 준비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 군 위안부 해법 주목=이번 정상회의의 백미는 오는 11월2일에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첫 양자회담이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조건 설정 등 역사인식과 한반도 안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아베 총리로부터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떠한 대답을 얻어내느냐에 따라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의 성패가 좌우된다. 박 대통령은 30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아사히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갖고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가 '올해 안에' 타결돼 피해자분들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시점을 못 박을 정도로 강도가 강하다. 아베 총리가 군 위안부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언급하지 않고 지난 8월의 담화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경우 한일관계는 다시 급랭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요청이나 승인 없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자위대 역할 확대에 대해 "주변국들의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일본의 방위안보 정책은 평화헌법 정신을 기초로 미일동맹의 틀 안에서 역내 국가 간 선린우호 관계와 평화·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 북한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경제 분야에서는 협상 의제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가 가입에 대한 일본의 협조와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정상회담은 경제에 초점=31일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투자확대·통상증대 등 양국 간 경제협력에 방점이 찍혔다. 박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중국에서의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 △한국산 김치와 삼계탕의 중국 수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실행방안 마련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원화와 위안화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시장을 중국에 개설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일 공조로 북한 비핵화 공동성명=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인식·영토분쟁 등을 놓고 한중·한일·중일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동북아 패러독스 현실에서 유일하게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대목이다. 3국 정상은 아울러 △정상회의를 매년 열기로 정례화하는 방안 △3국 간 협력기금(TCF) 조성 △한중일 FTA △남중국해 해법 마련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중국해 문제의 경우 박 대통령이 중일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 조성이 주권수호 차원에서 정당하다며 한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중국이 항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한국도 중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해당 지역에서의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분쟁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범과 관련 합의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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