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최근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채권시장에 새로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들은 채권시장 비수기인 이달에도 은행채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어서 회사채·여전채(여신전문금융채권) 등 크레디트 채권시장의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신용등급 'AAA'급 은행채 3년물 금리는 19.6bp(1bp=0.01%포인트) 올라 국고채 3년물과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지난달 30일 기준 18.9bp로 2014년 이후 가장 컸다.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것은 은행채 금리가 국고채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채권가격 하락)했다는 뜻으로 그만큼 은행채가 약세를 보였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상반기부터 미뤄져온 은행채의 차환 발행이 11월 말에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7일 하루에만 1조9,300억원의 은행채가 발행됐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만기 5년 이하 은행채가 89조원에 이르지만 지난달 27일까지 발행된 물량은 86조원으로 이에 못 미쳤다. 가계대출 증가로 은행의 자금 수요가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 가계대출 증가율이 예금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가뜩이나 기업들의 구조조정 문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크레디트 시장에 은행채가 대거 발행되면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팀장은 "은행권에서는 은행채 발행 규모가 예년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최근 약세를 보이는 크레디트 시장이 워낙 취약하기 때문에 시장이 체감하는 충격은 더 크다"며 "기관 입장에서는 연말에 북클로징 문제로 서둘러 채권을 사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에 충격이 더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연말 자금수요가 커 당분간은 은행채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4일 10년물 3,000억원 규모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할 예정이고 제주은행은 오는 8일 10년물 2,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앞으로 금리 상승에 대비해 자금을 확보하거나 대우조선해양 등 기업구조조정 관련 자금의 필요성이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가 많은 NH농협은행도 지자체의 연내 예산 집행 확대로 예금 인출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