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포커스] 과잉충성? 천기누설?… 친박발 개헌론 진실 뭘까

'외치 대통령-내치 총리'설에 홍문종 "가능"… 靑 "한심" 펄쩍

"개헌은 지금 논의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일이 많습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때아닌 '친박발(發) 개헌론'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개헌이 현 집권세력에 의해 과연 추진될지,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론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홍문종·이인제 의원이 지난 4~5일 제기한 뒤 단순한 소문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인 스토리를 갖춰나갔다. '반기문 대통령(외치)-친박계 총리(내치)'의 차기 권력구도를 위해 현 집권세력이 개헌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12일 홍 의원이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가능한 얘기"라고 밝히면서 개헌론의 진실이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에 대한 해답은 13일에 나온 원유철 원내대표의 말에 있다는 게 새누리당 안팎의 분석이다. 원 대표는 이날 개헌에 대해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멘트의 중심은 '아니다'가 아닌 '지금'에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안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총선이 끝나고 하자는 얘기, 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법안 처리가 끝나고 하자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원 원내대표는 최근 스스로 신박(新朴)임을 선언할 정도로 부쩍 청와대와의 밀착 호흡을 자랑하고 있는 정치인이어서 그의 말에 답이 있다고 보는 여권 관계자가 많다.

개헌의 키는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 단임제에 대한 문제점은 여야 모두 공감하는 내용인데다 개헌론에 반대할 만한 차기 대권 유력 주자도 없다. 이는 친박 정치인 중 차기 대선 승리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명망가를 외부에서 수혈해 '얼굴' 역할을 맡기는 대신 총리는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신뢰하는 정치인을 밀어주고 퇴임 후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홍 의원의 개헌 주장이 박 대통령의 뜻과 과연 같은지가 문제다. 이에 대해 한 수도권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친박 중에서도 청와대와 긴밀히 의견을 주고받는 친박이 있고, 원래 친박이기 때문에 또는 자신의 정치력을 위해 친박을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홍 의원은 청와대에 안테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 홍 의원의 주장이 '과잉 충성'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원 원내대표 외에 '공격형' 윤상현, '전략형' 김재원 의원 정도가 청와대 뜻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와대도 갑작스러운 개헌론에 '한심하고 답답하다'는 격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개각까지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론을 꺼내 드는 것은 한마디로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정명·맹준호기자 vicsjm@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