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속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부각돼 '큰손'들의 관심을 끌었던 사모 주가연계펀드(ELF)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달 26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최소 1억원 이상 투자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만 사모펀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이 만들어진 탓이다.


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5일까지 공모형 ELF에 212억원이 유입됐지만 같은 기간 사모 ELF에서는 1,438억원이 순유출됐다.

금융투자업계는 법 개정으로 인해 사모 ELF는 새로 설정되지 못한 채 기존 상품들이 상환되기만 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개정 법령은 사모 ELF와 같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레버리지를 순자산의 200% 이내에서만 일으킬 수 있도록 했을 경우 개인투자자는 최소 1억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이전에는 소액 투자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1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ELF도 주가연계증권(ELS)과 마찬가지로 한 번 투자하면 상환될 때까지 최대 3년간 자금이 묶인다"며 "고액 자산가라도 1억원 이상의 거액을 장기간 한 상품에 묶어두기는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ELF는 투자금을 모아 ELS에 투자하는 펀드로 설정 및 운용은 자산운용사가 맡고 판매는 은행이 한다. ELS가 시중에 나와 있는 ELS 상품 15~20개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ELF는 특정 ELS 상품 하나에만 투자한다. 사모 ELF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연속 자금이 순유입되며 은행과 거래하는 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자금유입이 뚝 끊긴 것이다.

진성남 하이자산운용 이사는 "공모 ELF는 최소 가입금액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모 ELF를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ELS에 분산투자하는 ELS펀드도 대체투자 방안으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