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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나주 이전 1주년을 맞아 찾아간 한국전력 본사 인근은 사뭇 달라져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한전 본사가 위치한 나주시 빛가람동 일대는 직원들 사이에서 '나베리아(나주+시베리아)'로 불렸다. 한겨울이라 눈도 많이 내리고 가로등 불도 없고 인프라도 편의점 하나에 음식점이라고는 중국집 하나밖에 없을 만큼 황량했던 탓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와이(나주+하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한전 본사 주위만 해도 전력거래소 등 전력 공공기관을 비롯해 에너지 기업 등이 속속 입주하면서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전이 본사를 옮기기 전 3,900여명에 불과하던 빛가람 혁신도시 인구는 1만명을 넘어섰고 올 한해 전국 최고 공시 시가 상승률(4.33%)을 기록했다.
일대가 빠르게 변모하면서 전형적인 농업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던 나주시는 첨단 에너지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되고 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1년간 혁신도시 정착 기반을 다진 만큼 앞으로는 에너지 밸리 조성에 적극 나서 명실공히 글로컬(Glocal)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밸리 조성원년, 77개사 유치로 성장기 진입=한전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곳곳에 설치된 신재생발전소. 옥상에는 풍력발전, 외벽과 건물 앞에는 태양광발전 등이 설치돼 있다. 건물 자체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발전소인 셈. 전력 공기업으로서 에너지 효율화와 에너지 신산업에서 한전의 역할을 웅변하고 있는 듯했다.
한전이 본사의 나주 이전과 동시에 가장 공들이고 있는 게 바로 에너지 밸리 조성 사업이다. 에너지 밸리는 일본의 기업도시 도요타나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에너지 기업들을 한데 모아 창업, 연구개발(R&D), 네트워크 구축, 투자 등 에너지 관련 모든 분야에서 특화된 세계적인 에너지 도시를 만들겠다는 개념으로 한전이 주도하고 있다.
한전의 기업유치 행보는 기대 이상이다. LG CNS 등 대기업 5개사, 중견·중소기업 68개사, 외국계 기업 3개사, 연구소 기업 1개사 등 총 77개사를 유치했다. 이는 당초 올해 목표(50개사)를 뛰어넘는 것이다. 77개사 유치로 4,261억원의 투자 유치, 3,037명의 고용 창출도 기대된다. 업종별로 봐도 에너지 신산업이 41개사로 55%를 차지해 빛가람 에너지밸리가 에너지 신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전은 내년까지 100개사, 2020년까지 500개사를 유치한다는 목표다. 특히 한전은 에너지 밸리 조성이 태동기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광주전남 지역의 산업 벨트와 효율적으로 연계된 에너지 밸리 조성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지역 상생으로 글로컬 기업 자리매김=나주시의 인구는 매년 감소 추세에서 올해 증가로 반전해 1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한전이 들어선 빛가람동 인구가 1만267명(2015년 9월 말 기준)으로 6,000명 넘게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런 추세로 성장하면 에너지 밸리 조성이 마무리되는 2020년 5만명의 자족 도시가 가능할 것으로 한전은 보고 있다.
한전은 지역 상생을 통해 에너지 밸리의 기반을 더 튼튼히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먼저 인재 육성을 위해 전남대 등 지역대학, 연구기관 등과 산학연 R&D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또 지역의 열악한 에너지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역의 대불 산업단지의 노후 개폐기 교체에 7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모든 전선을 지하로 집어넣는 지역설비 지중화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모두 나주에서 글로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한전의 의지를 구체화하는 활동들이다. /나주=이상훈기자 sh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