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탄생 100년] 소탈한 '뇌동자' 회장님

직원들과 씨름하고… 막걸리 마시고…









정주영 씨름
하계 수련회에서 직원과 씨름하는 정주영 명예회장.




"나도 이제 늙었나 보다."

아산이 생전에 매년 빼놓지 않고 하던 게 있다. 경포대에서 열리는 하계 신입사원 수련회에 참석해 직원들과 씨름을 겨뤄보는 것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늘 업어치기로 직원들을 제압하곤 했다. 스포츠를 즐기는 그였지만 단순히 씨름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젊은 직원들과 호흡하고 회장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한 일이었다.

매년 직원들을 이기던 일흔 나이를 훌쩍 넘긴 뒤 한번 지자 그의 입에서 나온 게 "나도 이제 늙었다 보다"는 말이다. 1915년생인 아산이 1980년대 중반까지도 직접 씨름을 했으니 직원들과 어울리는 일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씨름 외에도 배구·달리기 등 수련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다.

그만큼 아산은 소탈했다. 직원들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흥겨워했다. 지위는 관계가 없었다. 자신을 남들보다 부유한 노동자쯤으로 생각했던 아산은 스스로를 '뇌동자(노동자의 사투리)'라고 했다. 옛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직원들과는 테니스를 같이 쳤고 매주 토요일이면 인력개발원에서 임직원들과 축구와 탁구를 즐겼다.

한번은 서산농장을 방문하던 길에 포니 자동차가 웅덩이에 빠졌다. 아산은 직접 직원들과 함께 차에 붙었다. 아산을 포함, 네댓 명이 힘을 합쳐 차를 겨우 빼냈다. 회장님이라는 직급보다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해내는 '정주영 스타일'의 단면이다.

그룹 사옥에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자는 건의에 아산은 호통을 쳤다. "우리는 인생의 황금기를 같이 보내는 동지인데 특별히 엘리베이터를 만들면 동지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나." 시대는 원한다. 현장을 중시하며 직원들과 어울리면서 함께 회사를 꾸려나간다는 아산 정신의 재현과 확산을.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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