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인사] 첫 개발직군 여 부사장 오른 김유미 삼성SDI 부사장

"전지 생각만으로 심장 뛰어… 최고 배터리 기업 만들 것"

삼성SDI - 김유미 부사장 #1


"입사 당시(1996년)만 해도 2차전지는 일본이 주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삼성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전지를 만들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제 심장은 뛰고 있었습니다."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김유미 삼성SDI 부사장은 입사 당시의 소감을 이렇게 얘기했다. 삼성SDI 최초 여성 임원, 다시 삼성그룹 최초의 개발직군 여성 부사장까지, 김 부사장은 각종 신기록을 연이어 쓰며 성(性)의 유리천장을 깨뜨려왔다. 삼성그룹 전반의 임원 승진 규모가 축소된 터라 더욱 돋보이는 인사다.

김 부사장은 1959년 대전에서 태어나 충남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이 2차전지 사업을 추진하던 지난 1996년 수석급으로 삼성SDI에 영입됐다. 2005년 당시 삼성SDI 역사상 첫 여성 상무보에 오른 김 부사장은 2010년 전무 직급을 달며 중앙연구소장을 맡는다. 같은 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5대 미래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2차전지를 선정했다. 김 부사장은 과거를 회상하며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IMF 위기가 닥쳤지만 그룹에서는 흔들림 없이 2차전지를 미래수종사업으로 밀어줬다"며 "오늘날 삼성이 배터리 세계 1등을 달성하기까지 내가 한 일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2차전지의 전문가로서 회사 내에서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개발에 몰두해온 김 부사장. 그는 "나에게는 아직 꿈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전지 소재 일류화 등 삼성SDI가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업에 등극하기 위한 마지막 단추들을 끼우는 일이다.

세계 최고의 2차전지가 김 부사장의 꿈이라면 삼성을 포함한 모든 국내 기업체에 근무하는 여성 임직원들에게는 김 부사장 자체가 하나의 꿈이다. 그는 자신을 '롤모델'로 삼은 후배들에게 "주도권과 주인의식을 가장 강조한다"고 했다. "회사가 나의 대체재를 찾을 수 없도록 자기계발에 힘써야 한다. 제품·기술뿐 아니라 사람도 대체제가 없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김 부사장의 생활신조다.

한편 김 부사장 외에도 삼성그룹의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삼성의 세계 1등 제품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들의 파격 승진이 눈에 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의 인사 철칙을 다시 한번 입증한 인물들이다. 세계 최초 14나노 핀펫 공정 개발과 양산을 주도해 삼성전자를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의 강자로 발돋움시킨 심상필 신임 삼성전자 전무, 삼성전자의 독자적 스마트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의 성능을 개선한 김강태 신임 상무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포함해 그룹 전체에서 44명이 관례보다 2년을 앞당겨 발탁 승진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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