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수출, 돌파구는 없나] 한국 대중수출 그나마 선방했다지만…

中,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자급률 쑥쑥


세계 경기둔화에 전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중국의 올해 전체 수입액도 지난해보다 20%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일본·독일 등 경쟁국에 비해 비교적 견조하지만 최근 중국이 디스플레이·반도체 등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 이젠 중국 시장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역환경의 변화에 맞춰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세계무역협회(WTO)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 세계 수출금액은 8조8,88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수출국 가운데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5.2%로 중국(-0.8%) 다음으로 감소폭이 작았다. 통화약세의 덕을 본 일본(-8.4%), 독일(-13.1%)과 비교해도 선방했다. 금액 기준 세계 수출국 순위로 보면 올해 프랑스를 제치고 7위에서 6위로 올랐다.


한국의 수출 감소율이 경쟁국들보다 양호한 것은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9월까지 중국의 수입액은 1조1,90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감소했다. 중국의 수입액이 쪼그라들면서 독일(-15.2%)과 일본(-12.5%) 제품의 수입액은 10% 넘게 줄었다. 반면 한국 제품 수입액 감소폭은 9.9%로 독일·일본에 비해 양호했다.

중국의 한국 제품 수입액이 상대적으로 덜 줄면서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0.8%포인트 늘어난 10.5%를 기록했다. 한국은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줄곧 지켜왔지만 10%를 넘긴 것은 처음이다. 독일은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5.6%로 0.3%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고 일본은 8.3%에서 8.9%로 0.6%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한국의 수출이 나름 선전하고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못 된다. 올 들어 한국의 수출 행보가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에서는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 번째 수출시장인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올해 3.3%로 0.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중국(0.5%포인트)보다 증가폭이 작다. 유럽연합(EU)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0%로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았지만 미국(0.8%포인트)과 중국(0.5%포인트)은 점유율을 높였다. 중국과 미국의 점유율이 올해 1.6%포인트나 뛴 일본 수입시장에서 우리의 점유율은 0.1% 오르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현재 선방하는 중국 시장에서도 새로운 전략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단적으로 한국 업체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에 밀릴 처지다. 중국 업체가 최근 글로벌 4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샌디스크를 인수하는가 하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오는 2018년 세계 1위를 목표로 28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대규모 증산에 들어갔다. 중국의 산업 자급률이 높아지면 제1 수출 전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전체 수입이 줄고 있다"며 "소비재 등의 수출을 늘려 전체 수출 규모를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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