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 실현이 중요한 국가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창업 지원정책을 시행해왔고 기업가를 키우기 위한 창업 교육 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아울러 초중고 교과과정에도 기업가정신 교육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아왔고 오는 2018년부터는 개정되는 중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기업가정신 내용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혁신가를 키우는 교육은 매우 필요하다. 제대로 된 창업 교육을 통해 창업이 활성화되면 이는 일자리 창출, 기술혁신 촉진, 경제적 효과 확산, 사회적 유동성(mobility) 확대 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기업가를 키우는 교육방식이 '창업에 필요한 스킬' 위주의 창업 교육에만 머문다면 기업가정신의 확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바른 기업가정신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
첫째, 기업가를 키우는 교육의 방향이 '창업 교육'을 넘어 '기업가정신 교육'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그렇지만 기업가정신은 여러 주체들이 협력해 창출된 가치를 기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 기준에 의해 나누어 주고 사회에 기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부가가치를 배분하는 방식, 재력가가 돈을 쓰는 방식에도 기업가정신이 적용되면 더 큰 투자승수 효과와 사회적 가치와 영향을 만들 수 있다. 창업을 도와주기 위한 기능적·실무적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창업해서 돈을 잘 버는 방식이 아닌,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가치를 창출하고 배분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통합적으로 가르치고 체득하게 하는 기업가정신 교육이야말로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기업가정신 교육과정에서는 '사업'을 만들고 키우는 방법도 가르쳐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가, 즉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가정신 교육은 혁신과 시장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새로운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가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가과정 교육과정에서는 기능 교육뿐 아니라 기술·지식, 사고, 인성, 공감능력(empathy), 리더십, 실행능력 등에 대한 융합적 교육이 포함돼야 한다.
셋째, 벤처 창업 및 육성은 정보기술(IT) 벤처, 소프트웨어 벤처, 소셜 벤처, 문화 벤처, 그리고 기존 조직 내에서의 사내 벤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기업가정신 교육도 일반 교육뿐 아니라 각 상황에 맞는 특화된 기업가정신 교육이 다양하게 제공돼야 한다. 특히 대기업 내에서 프로세스 변화와 교육 등을 통해 사내 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이 확산되면 그 기업은 창의혁신 조직으로서 더욱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가정신 교육을 담당할 인재의 육성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교육에 있어서는 학생이 가장 중요하지만 가르치는 선생님의 역할과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가정신 교육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하고 특히 산업계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이 기업가정신 교육과정에 연사나 멘토로 많이 참여해 경험 이전의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경험 기반의 실천적 기업가정신 교육을 위한 사례 개발도 필요하다.
기업가정신은 우리나라의 경제·사회발전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요소이자 앞으로 글로벌 경쟁 환경하에서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엮어갈 소중한 자산이다. 최근에 한국식 경영(K-management)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식 경영의 핵심요소 중 하나도 이 기업가정신이 될 것이다. 물론 기업가정신이 교육만으로 육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잘 설계된 기업가정신 교육은 더 많은 기업가들을 배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배종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