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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던 지난 2008년 여름. 임일지 대주전자재료 대표가 급히 납품처인 삼성전기를 방문했다. 금융 시장이 경색 조짐을 보이면서 자금 사정이 날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의 사정을 들은 삼성전기 측은 흔쾌히 거래조건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줬다. 임 대표는 "덕분에 제품 생산비용을 크게 낮췄고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주전자와 삼성전기의 끈끈한 상생은 금융위기 후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달 말 경기도 시화공단에 위치한 대주전자 본사를 찾았을 때 상주하다시피 하는 삼성전기 엔지니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주기웅 대주전자 도전재료사업부 개발1팀장은 "입사 이후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삼성전기 엔지니어들과 매일같이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 방안을 의논해왔다"며 "위압적이고 일방적인 갑을관계가 아닌 서로의 발전을 돕는 동반자 관계임을 늘 체감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주전자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분말 원료인 글래스파우더 개발 등 삼성전기와 8건의 연구개발(R&D) 과제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도 4건의 협업이 추가 예정돼 있다. 2008년 약 55억원이던 삼성전기와의 거래규모는 지난해 176억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각종 전자부품의 원료이자 전기가 통하는 일종의 금속 반죽인 도전성(導電性) 페이스트를 만드는 대주전자는 삼성전기가 직접 육성한 우수 협력사다. 2006년 삼성전기는 수십여개에 달하는 동종업계 기업 중 대주전자를 '될성부른 떡잎'으로 눈여겨보고 공동 R&D에서 공정 효율화에 이르는 광범한 협업을 시작한다. 강호문 당시 삼성전기 대표가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가 곧 삼성전기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철학으로 단행한 협력사 발굴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임 대표는 "삼성전기는 협력 파트너에게 자신들이 갖춘 노하우를 개방적 자세로 공유하고 있다"며 "수익성에 매몰되지 않는 이 같은 자세가 대주전자의 성장에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와 대주전자가 벌써 10년째 쌓아온 두터운 상생의 역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모범사례로서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삼성전기와 대주전자를 '상생협력 및 하도급 공정거래협약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상생협력 우수기업 발표회를 열고 이들의 사례를 여타 기업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이제 삼성전기뿐 아니라 LG전자·현대중공업·선라이즈솔라에너지 등 국내외 유수 기업들에 두루 제품을 공급하는 대주전자는 글로벌 일류 소재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임 대표는 "현 700억원 수준인 연 매출 규모를 오는 2020년까지 2,00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면서 "미쓰비시·스미토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