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나의 암 극복기 1-김대영 이지스자산운용 사장




10년 전 시작된 필자의 암과의 전쟁은 현재 다섯 번째가 진행 중이다. 암과의 전쟁은 암의 종류와 진행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암 선고가 주는 공포와 좌절감, 항암치료의 고통과 극복, 회복을 바라는 주변에 대한 고마움 등이 반복되는 과정이었다. 필자는 암 투병을 포함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독자께 조금이라도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암 극복기를 2회로 나눠 기고하려 한다.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위암 선고를 받았을 때는 충격적이었으나 다행히도 조기 발견돼 오전에 내시경을 통해 제거 수술을 하고 오후에 출근할 수 있었다. 한 달간 식사를 죽으로 해야 하는 답답함을 견디고 난 후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필자는 암을 이겼다는 생각에 오만해지면서 2개월 후부터 흡연과 소량의 음주를 다시 시작했다. 오만함에 대한 처벌을 받은 것인지 불과 몇 개월 후인 2006년 폐암 선고를 받게 됐다. 실로 커다란 충격이었다. 회사에 누를 끼칠까 봐, 해외에 있는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폐암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치료를 받기로 했다. 4시간에 걸친 폐 절제 수술이 끝난 후 진통제 주머니를 혈관에 연결하고 폐에서 등을 관통하는 가느다란 관으로 발생한 출혈을 외부의 유리병에 배출했다. 사흘 후 진통제 주머니와 배설물 유리병을 제거하고 1주일 만에 퇴원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잘하면 살 수 있겠다'는 가느다란 희망으로 바뀌면서 필자는 병원 문을 나왔다.

폐 절제 수술 후 6개월이 지나 주치의는 경과에 만족해하면서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1년이 경과한 시기 좌절감을 안겨주는 일이 또 발생했다. 위암으로 위의 절반 이상을 절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2~3년간 폐암 사후관리에 지친 필자는 앞으로 음식 섭취가 어려운 상태에서 위암과 싸우면서 직장에 충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대표이사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병상에서 75년의 삶을 돌아보니 절대로 여기에서 생을 마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주변에 충분히 베풀지 못했고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실현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좌절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반드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자산운용사, 그리고 기업의 이익이 사회와 임직원에게 환원돼 모두가 평생직장으로 선택하고 싶은 회사를 필자의 마지막, 그리고 유일한 작품으로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 70대 중반 하나밖에 없는 자산인 아파트를 매각해 새로 회사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회사에 대한 필자의 비전에 함께하겠다는 젊은 후배들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서라도 병마에 시달린 육체적 피로와 허약함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했다. 이것이 필자가 암을 극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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