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휴식도 산업이다

홍병진 중소기업진흥공단 경북남부지부장

사진_홍병진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길기로 세계 1, 2위를 다투는 나라이다. 지난 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노동시간 1,770시간보다 월등히 많은 2,163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피곤한 근로자에게서 창의성과 생산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집중력 저하는 산업재해의 위험성도 높인다. 2014년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9만909명이나 되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1,850명이나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일하는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휴식시간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자. 언제부터인가 은행이나 관공서는 일하는 사람이 교대로 시간을 나눠 고객을 응대한다. 그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물론 고객만족은 최우선이다. 하지만 사회적 비용편익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다른 조직의 휴식시간을 쉽게 빼앗아버린 측면이 있다. 일하는 사람의 온전한 재충전 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게 된다.

둘째,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추자. 나에게 그러하듯이 남에게도 관대한 마음으로 대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삼는 행동을 삼가자. 논리적인 토론을 하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의 말꼬리를 잡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본질과 관계없는 작은 실수를 집요하게 물어뜯는 행동이다. 사소한 말실수를 두려워해 입을 닫은 사회는 활기가 없고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셋째, 휴식은 치유이자 산업이다. 최근 '힐링'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직장인에게 휴식을 파는 낮잠카페도 생겼다고 한다. 선진국의 3차산업 가운데 휴식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매출과 고용을 창출한다.

광복 70년을 맞은 대한민국. 숨차게 달려온 위대한 여정에서 잠시 서서 뒤를 보자.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려왔던가. 그리고 앞을 바라보자. 앞으로 70년,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이제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하면서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천천히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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