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초장기물의 강세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연기금 등 장기투자자들의 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는데다 계속되는 채권 가격 상승에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매수에 가담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3bp(1bp=0.01%포인트) 하락한 2.231%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달 들어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2.241%로 갈아치운 지난 15일 이후 8일 만이다. 20년물, 30년물 등 초장기물 금리는 최근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로 시장 금리가 오르는데도 꾸준히 하락하며 채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초장기물 강세는 최근 한 달 사이 보험사·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본부장은 "장기투자기관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초장기물 매입에 소극적이다 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자 연말을 앞두고 초장기물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보유 채권 규모가 예년보다 많은데도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채권 매수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보험사와 연기금의 올해 만기 채권 규모는 각각 37조원, 54조원으로 최근 3년 평균과 비교해 12조원, 17조원 더 많다.
여기에 국내·외 경기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초장기물 매입에 가세하고 있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채권팀장은 "글로벌 경기둔화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감은 낮은 시장금리에도 상대적으로 금리매력이 있는 초장기물에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초장기물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두 번이나 갈아치울 만큼 떨어져 현 시점에서 추가 금리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요가 워낙 확고해 정부가 국고채 발행량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가시적 수준의 금리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팀장은 "정부가 기존 국고채 발행 계획 내에서 초장기물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증가 물량은 1,000억~2,000억원 정도로 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