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도약 위해 뭉치는 재기기업인들 "올바른 재도전 문화 구축은 우리 몫이죠"

재기 기업인 정진영 씨는 얼마 전 당초 예정됐던 납품 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급전 마련에 나섰지만 일반 금융권은 대출 문턱이 높고 30%에 이르는 대부 업체의 이자율은 도저히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동료 재기기업인들이었다. 정 씨는 “때마침 동료 재기기업인들이 어려운 형편임에도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준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며 “재기기업인들끼리도 서로 도우면 큰 돈은 아니여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재기 기업인들이 올바른 재도전 문화 정착을 위해 하나로 뭉쳤다. 정부의 재기 기업인 지원이 강화되는 가운데 민간 영역에서도 자체적으로 재기의 발판 마련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들은 재창업자의 비도덕성에 대한 사회 일부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고 이익단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존 중소기업 관련 협회의 행태에서 벗어나 재도전 기업의 자발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협력과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 재창업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인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한국연속기업가협회가 13일 발기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단체는 일부 비도덕적인 기업인들이 사회 전체적으로 재도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양산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윤리서약을 의무화하는 등 윤리경영 실천에 앞장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재기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재도전 기업인들을 범법자로 취급하는 사회 일부의 시선”이라며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기업인들의 재도전 성공도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일반 기업인보다 오히려 더 높은 도덕적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각오로 협회 창설에 나서게 됐다”고 소개했다.


협회는 정부 의존적 행태에서 벗어나 자발적인 상호간 소액금융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우정펀드’ 가입을 중점 추진한다. 협회 운영 역시 정부 지원은 일절 받지 않고 협회 소속 기업인들의 자부담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협회는 앞으로 효과를 내기 위해 정부 출신 고위공무원과 학계, 현업 기업인 등과도 교류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입어도 하소연할 데가 없는 창업기업이나 재기 기업인들을 위해 설립되는 공정거래지원센터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인 이경만 공정거래연구소 소장이 센터장을 맡아 힘을 보탠다. 한국경영학회 CSV소사이어티 재능기부위원회 소속 교수들도 경영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기업과 재기 기업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벗어나 연속기업가정신 추구를 모토로 하는 만큼 청년 창업가 대상 멘토링과 상호 교류에도 앞장서기로 했다.

이경만 공정거래지원센터 소장은 “일반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쓰러지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불공정 거래”라며 “최근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등이 특히 문제가 되는 만큼 재기 과정에서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상담과 사전교육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키코 피해 기업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기업회생지원협회도 본격적인 조직 재정비를 통해 협회 소속 기업의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선다.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 업체와 협력을 통해 소속 기업인들의 원부자재 구입자금 마련과 법정관리 기업들의 투자 유치 등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붕구 기업회생지원협회 회장은 “중소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성공적으로 졸업해 끝까지 회생하는 비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세부적인 지침사항이 부족한 통합도산법 등 제도 보완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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