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수출 돌파구는 없나] '눈속임 통관'과의 전쟁

"중국산 제품 허위·불법 수입신고 꼼짝마"



정부가 국내 시장을 교란시키는 '눈속임 통관'과 전쟁을 선포할 태세다. 시장교란 제품 대다수가 중국산인 것을 감안하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예상되는 산업피해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연내 대외무역법과 관세법에 수입통관 관리를 강화하는 조항을 추가해 중국산 제품 허위 수입신고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대외무역법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특정 물품의 수입증가로 같은 종류의 국내 제품이나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인정될 때 수입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입현황을 추적·감시하는 조치(수입 모니터링)를 시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현행 대외무역법에도 수입제한(11조) 규정이 있지만 이는 생물자원을 보호하거나 국제 법규에 부합해야 했다. 법이 개정되면 정부는 허위 수입신고로 국내 산업의 피해가 확인되면 정부는 해당 물품의 통관 전 과정을 별도로 감시·추적할 근거가 생긴다.

관세법(226조)도 개정돼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물품은 수입 허가·승인을 받을 때 별도로 '수입 모니터링'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 확인해야 한다. 산업부는 해양수산부와 관세청·국가기술표준원과 공동으로 중국 제품의 국내 시장교란 행위를 조사 중이다.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연내 수입 모니터링 조치가 들어간 불법 무역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중국산 제품의 허위 수입신고가 도를 넘어 철강과 음식료업 등 국내 산업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중 FTA까지 발효되면 통관 절차(48시간 이내)도 간소화돼 중국 제품에 따른 국내 산업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이와 관련해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한국에 수출한 한 보론강 제품(HS코드 722530)은 15억달러였지만 한국에서 수입한 해당 제품은 5분의1 수준인 3억달러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는 수출용 보론강(붕소합금강)과 크롬강에 대해 부가가치세 성격의 증치세(9~13%)를 환급해준다. 이 때문에 중국 업체들은 현지에서 수출용 일반강을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론·크롬강으로 속여서 신고하고 한국으로 들여오는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제품의 내용과 용도 등을 사실과 다르게 표시한 행위로 관세법(230조2항)을 위반한 불법 행위인데다 시장 예상보다 많은 일반강 물량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제품가격 하락도 부추기고 있다.

국내 철강 업체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전기로 업체(비일관제철)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1년 4.5%에서 지난해 1.3%까지 감소했다. 국내 철강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입 철강의 비중은 지난해 41%로 늘어났다. 음식료 제품의 허위 신고도 심각하다. 지난해 중국이 한국으로 수출한 김치(HS코드 200599)는 2억7,600만달러인데 한국의 중국 김치 수입액은 절반도 안되는 1억2,700만달러다. 한약재로 쓰이는 당귀(HS코드 130219)도 지난해 중국은 4,800만달러를 한국에 수출했지만 한국 수입액에 잡힌 것은 3,700만달러에 불과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검사도 안 된 중국 중소기업 철강·음식료품이 국내로 들어와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안전을 강화할 수 있게 무역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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