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이 상·하반기에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에는 8조5,000억원어치의 유가증권(코스피) 주식을 사들였던 데 비해 미국 금리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하반기에는 11조원가량을 팔아치웠다. 이처럼 외국인들의 상·하반기 매매가 확연하게 갈린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만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7월 이후 이달 14일까지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액은 11조1,215억원에 달한다. 지난 상반기 순매수액 8조5,000억원을 합산하면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 주식 2조5,988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5년 이후의 외국인 매매동향을 분석해보면 2006·2007·2008·2011년에는 상·하반기 모두 순매도를, 나머지 해에는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2005년에는 상반기 2,484억원 순매수, 하반기 3조2,713억원 순매도를 보였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5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내 금리인상 시사 발언 이후 신흥국 자금이탈 압력이 커졌다"며 "국제유가 하락과 연계된 오일머니의 자금 회수도 하반기 자금이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상반기에 저가 매수하거나 이익전망이 밝은 중소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하반기에 차익실현에 나서 2,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유안타증권은 이날 외국인이 코스피·코스닥 대표 종목 200개에 투자한 결과 매매·평가이익과 공매도 수익으로 1,980억원을 벌어들였다고 추정했다. 외국인이 올해 투자해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종목은 연초 대비 주가가 80% 급등한 LG화학이다. 외국인은 연초 대비 LG화학의 지분을 4.7% 늘려 2,144억원을 벌어들였다. 두 번째로 많은 수익을 안겨준 종목은 한미약품이다. 외국인은 연초 대비 비중을 4% 늘려 1,37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미약품은 연초 대비 무려 547.1% 급등했다. 3위는 SK이노베이션(1,239억원)으로 주가가 연초 대비 49.8% 상승했고 보유 비중은 같은 기간 6% 늘었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의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해 2,10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시장이 5년째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자 외국인들의 매매 종목도 대형주 위주에서 성장성이 예상되는 개별종목 위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외국인이 한국 시장 전체의 저평가 매력에 주목했다면 올해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개별 기업 투자를 중시했다"며 "외국인의 투자 기준이 바뀌면서 LG화학·한미약품 등이 강세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은 삼성전자(-3,166억원), SK하이닉스(-1,409억원), 현대제철(-1,366억원) 등에서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창영기자 kc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