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류의 이름으로 파리 테러를 규탄한다

지구촌의 주말이 테러의 피로 물들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주 말 33분간 동시에 터진 폭탄테러로 129명이 죽고 352명이 다쳤다.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2001년 9·11 이후 최악의 테러 참사다. 분노에 앞서 희생자와 유가족들께 위로를 드리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빈다.


이번 테러는 세 가지 측면에서 충격적이다. 첫째, 테러 장소가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생활 공간이다. 상징성이 강한 건물이나 관공서가 아니라 레스토랑과 영화관·축구경기장 등에서 테러가 일어나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어떤 시민도 테러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섬뜩하다. 두 번째는 테러범들이 전문가보다는 일반시민에 가까웠다. 난민 출신도 있었다니 테러 예방과 색출이 훨씬 어려워지고 인간에 대한 불신도 더 깊어지게 생겼다. 세 번째는 테러에 내재된 무차별적 확장성이다. 아무나 테러리스트가 되고 어느 곳도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전 세계 곳곳에서 터질 테러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테러의 본질은 증오와 파괴의 증폭에 있다. 테러 직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랑스레 밝혔으나 어떤 이익이 돌아갈까. 당장 물리적인 보복은 물론이고 존립근거인 무슬림들의 생활도 더 곤경에 빠질 판이다. 터키 해안가에 시신으로 밀려온 세 살배기 아기 쿠르디의 소식에 어렵사리 국경을 열었던 유럽 국가들이 난민 수용을 거부하거나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할 경우 IS도 잠재적인 터전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복수는 복수의 악순환을 낳는다. 테러는 시차만 있을 뿐 행위자와 피해자 모두를 파괴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인류의 이름으로 테러를 규탄하고 확산을 막을 공동 의무가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진 자유·평등·박애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데 모든 나라가 협조해야 한다. 궁지에 내몰린 소수의 극한적 대응을 초래한 초강대국의 중동정책에 대한 근본적 논의까지 포함해 모두가 미래를 위해 머리와 가슴을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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