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한 한국프로야구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외국인선수는 2명뿐이었다. 1998년 타이론 우즈(OB 베어스)와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 베어스)가 주인공. 야수 우즈는 당시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인 42홈런을 때렸고 투수 리오스는 22승5패에 평균자책점 2.07을 기록했다.
MVP는 야구기자단 투표로 선정되는데 외국인선수는 불리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올 시즌은 에릭 테임즈(29·NC 다이노스)와 박병호(넥센 히어로즈)가 MVP를 다퉜다. 테임즈는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40홈런-40도루 기록을 작성했고 박병호는 역시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쏴 올렸다. 4년 연속 홈런왕 기록도 이었다.
결과는 테임즈의 수상이었다. 2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MVP 시상식에서 99표 가운데 50표를 얻었다. 박병호는 44표였다.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5표를 받았다. 테임즈는 49표에 그쳤을 경우 과반 득표 실패로 결선투표를 치러야 했지만 한 표 차로 곧바로 트로피를 들었다. 40-40은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4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테임즈는 또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 단타·2루타·3루타·홈런 기록)를 두 번이나 해냈다. 역시 한국 최초다. '국민거포' 반열에 오른 박병호지만 테임즈가 이룬 2개의 기록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40-40과 한 시즌 두 차례 사이클링 히트는 한국프로야구사에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테임즈는 역대 세 번째 외국인선수 MVP가 됐다.
테임즈의 올 시즌 기록은 타율 0.381에 47홈런 40도루. 장타율 0.790과 출루율 0.497, 130득점을 기록한 그는 타격 4개 부문 1위에도 올랐다. 3,700만원 상당의 기아자동차 올 뉴 쏘렌토를 받은 테임즈는 타격 4개 부문 수상으로 상금 1,200만원(각 300만원)도 챙겼다. NC와 재계약해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는 테임즈는 "2016시즌에도 MVP를 하고 싶다. 50홈런-50도루를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MVP 경쟁자였던 박병호에 대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것"이라며 "한국투수들의 슬라이더에 비해 더욱 날카로운 슬라이더나 라틴계 투수들의 빠른 패스트볼 등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는 말도 건넸다. 한편 신인왕은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이 차지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