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범죄에 맞서는 전문검사] <1> 문찬석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시세조종

"자본시장 생태계 위협하는 작전꾼 발본색원"

문찬석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1

법무부는 2013년 11월부터 '공인 전문검사'(블루벨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검사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전문검사가 맡은 사건의 당사자 승복률은 일반사건보다 2배나 높고 무혐의로 처분된 비율은 그 절반에 그친다. 그래서 공인 전문검사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검사 시행 2년을 앞두고 범죄 청정수역을 지키는데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는 블루벨트 검사들을 만나본다.

'IT 버블' 광풍이 서서히 사그라지던 2001년 초.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 소속 한 40대 주임 검사에게 코스닥 상장사인 '리타워텍'에 대한 수사 지시가 떨어졌다. 리타워텍은 한 달 사이 시가총액이 100배 이상 치솟은 곳으로 급등 과정에 작전꾼들이 관여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었다. 수사는 급물살을 타면서 단순 주가조작을 넘어 대형 비리 사건으로 확대됐다. 당시 벤처 투자업계 큰 손으로 꼽히던 한국기술투자(KTIC)의 개입 여부가 드러난 것이다. 결국 말레이시아에 역외펀드를 조성하고 해당 상장사에 투자해 얻은 수익금 600억 원을 유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KTIC 회장이 법정으로 넘겨지는 등 관련자들이 처벌받으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당시 해당 사건을 진두지휘하며 이름을 알린 이는 문찬석(55·사법연수원 24기·사진) 서울남부지검 제2차장검사였다. 당시 그는 수사 과정에서 증권·금융 범죄의 위험성에 눈을 떴다. 문 차장의 이름 뒤에 '초대(初代)'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수 있는 계기가 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는 증권시장 작전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2013년 정부 주도로 출범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 1기 단장을 맡았다. 증권범죄합수단과 금융조사1·2부를 거친 뒤 올해 2월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된 남부지검 초대 2차장 자리에 올랐다. 최근에는 국내 검사 가운데 최초로 '시세조종' 부문에서 최고 영예인 '공인 전문검사' 칭호를 획득하기도 했다.


블루벨트로 알려진 전문검사 제도는 도입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현 총리)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검사 전문화'의 핵심 방안이다. 시세조종·노동·지식재산권·국제 마약·식품안전·회계 분석·공정거래·보험 등 176개 분야 가운데 99개 부문 검사들이 블루벨트 인증을 받았다. 시세조종 분야에서는 문 차장가 유일한 블루벨트 인증 보유자다. 그는 공안·특수 등 특정 선호 보직에 연연하지 않고 본인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결과 자타가 공인하는 증권·금융 수사 분야 최고 '베테랑' 자리에 오른 것이다.

'수사 9단' 문 차장이 증권·금융범죄를 처음 접한 건 리타워텍·KTIC 사건이었다. 이후 19건의 금융·증권 사건을 수사해 총 17명을 구속하는 등 경험을 쌓았다.

2011년 인천지검 특수부장 재직 때에는 관내 코스닥 상장업체인 나무이쿼티에 대한 시세조종·유상증자 관련 사기적 부정거래 사건을 지도했다. 특히 그가 증권범죄합수단 1기 단장에 이어 남부지검 초대 2차장검사 자리에 오르면서 이른바 '문찬석 효과'를 발휘했다. 문찬석 효과의 핵심은 '패스트 트랙' 제도. 기존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증권선물위원회 심의→검찰 수사'로 느릿느릿 이어지던 사건 처리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합수단 수사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그 결과 증권범죄합수단이 출범 이후 2년 6개월간 구속기소 한 범죄자만 185명에 이른다. 수사 과정에서 불법 수익이나 숨긴 재산을 끈질기게 추적해 총 57건에 431억6,000만원 가량을 추징하도록 했다.

그가 현재 수사에 힘을 싣고 있는 부문은 증권·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가 연루된 사건이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이들이 시세조종꾼 등과 짜고 증권범죄에 나설 경우 자본시장 생태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학력·고액 연봉으로 대표되는 증권·금융기관 임직원들이 연루된 증권범죄 사건은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문 차장은 " 증권·자산운용회사 임직원들이 대주주나 시세조종 세력 등과 손잡고 증권범죄에 나서면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동시에 자본시장 생태계가 위협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인투자자의 투자 손실은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지면서 부의 불평등 현상마저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증권·금융회사가 연계된 화이트 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는 등 엄단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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