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붕괴 대우증권 주가 매각가도 끌어내리나

주가 9,800원대 추락으로 경영권 프리미엄 30% 더해도 산은 제시 장부가보다 낮아
KB금융보다 오너 베팅 가능한 한투·미래에셋증권 유리해져
산은은 "유찰될까" 전전긍긍



매각을 앞둔 KDB대우증권 주가가 결국 1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4월 1만8,550원까지 올랐던 대우증권의 주가 급락으로 매각가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오너의 의지에 따라 인수가를 좀 더 과감히 책정할 수 있는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이 KB금융지주보다 인수전에서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대우증권의 몸값 하락 속에 매각 성패를 둘러싼 책임이 적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우증권 주가는 14일 전 거래일보다 190원(-1.89%) 하락한 9,8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9,800원대로 추락하면서 대우증권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가정해도 산업은행이 제시한 장부가를 하회하게 된다. 산은은 오는 21일 본입찰을 통해 매각할 대우증권 지분 43%(1억4,018만주)의 장부가를 1조7,758억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대우증권의 기본 가치가 낮아져 인수 후보 3개사 중 자금 동원력이 가장 뛰어난 KB금융에 비해 한투와 미래에셋이 베팅에 대한 보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한투·미래에셋·KB금융 모두 2조원 이상의 실탄을 준비한 상황에서 KB금융은 이사회 등의 견제로 대우증권 시가 보다 크게 높은 금액을 쓰기는 어려운 처지다. 반면 한투나 미래에셋은 오너 의지에 따라 대우증권 인수액을 2조원 넘는 수준에서도 과감히 쓸 수 있는 여건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17일 대표 인수금융사인 신한은행에서 7,000억원을 차입하는 등 총 8,000억원가량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9,560억원에 보유현금을 합쳐 2조2,000억원 정도를 여유 있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도 6,000억원가량의 회사채 발행과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에서 5,000억원가량의 대여, 보유현금 1조원 등을 합하면 2조1,000억원의 실탄이 마련돼 있다. 필요하면 기업은행 등과 인수금융 계약을 맺고 추가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어서 2조5,000억원 안팎은 가볍게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국민은행의 배당 등으로 2조원가량을 자체 자금만으로도 충당할 수 있지만 과감한 인수금액을 적기는 배임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외이사들의 문제 제기로 쉽지가 않다.

매각 주체인 산은도 대우증권 주가가 1만500원 안팎에서 결국 1만원선까지 무너지자 인수가 하락 속에 유찰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산은캐피탈 매각이 이미 유찰된 상황에서 산은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현대증권 매각 등 구조조정 매물이 쌓여 있어 어떻게든 대우증권 매각은 내년 초까지 완료해야 할 상황이다.

한편 대우증권은 지난달 홍성국 사장이 직접 인수후보들에 경영진 설명회를 하는 자리에서 대우증권의 미래 핵심 가치로 자산관리(WM)사업에 중점을 둔 사업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