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SR 수출길' 열린다

"러시아와 인근 지역 점유율 높이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코카서스(Caucasus) 현지법인을 세우고 운영을 시작했다. 코카서스는 러시아 남부 지역으로 체첸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조지아) 등이 속해 있다. 루블화 폭락에 경기침체까지 겹쳐서 러시아와 인근 시장이 좋지 않지만 반대로 이 지역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에는 러시아 주요 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을 현지 최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이 새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몽골,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한 제품(부품) 공급방안은 삼성의 이 지역 내 경쟁력을 더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제품과 부품 공급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수송 기간을 절반을 줄일 수 있고, 부산항을 출발해 배편으로 러시아에 보내는 것보다 10%가량 싸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는 환율 변동이 심한데다 재고가 쌓이면 그만큼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기 공급이 필요한 지역 가운데 하나”라며 “칼루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중요성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인구가 1억4,247만명으로 세계 9위다. 올 들어 8월까지 대러시아 수출액은 31억5,000만달러, 수입은 75억1,000만달러로 루블화 약세 이후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물론 서방 경제 제재와 원자재가격 변동이 맞물리면서 당분간은 경기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및 통신 전문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산의 점유율은 20%에 육박한다. 저가인 레노보(Lenovo)와 ZTE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이 ‘북방 실크로드’를 찾고 있다는 것은 물류를 비롯해 다양한 공급방안과 비용절감을 통해 러시아와 인근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는 게 의도인 셈이다.

길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부터 시작하는 철도와의 연결도 가능해 유럽으로의 길을 새로 뚫을 수도 있다.

삼성을 시작으로 이 루트나 비슷한 길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재계에 새로운 물류 루트를 여는 ‘등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이 삼성의 움직임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배를 이용한 물동량 감소를 걱정하는 탓이다. 삼성이 출발점으로 고려하고 있는 다롄항만 해도 국내에서는 만도와 LG가 주로 이용하고 있다.

재계의 관계자는 “삼성이 칼루가 공장 생산품을 러시아 철도를 이용해 지방으로 보낸 적은 있지만 이번 계획과 같은 것은 없었다”며 “다른 기업들에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삼성이 추진하는 북방 물류안은 중국과 몽골, 러시아를 잇는 것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최근 정상회담을 열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유라시아 대륙을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 개방을 유도)와 중국의 일대일로(중앙아시아,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육상로와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로)간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의 이번 계획안은 한중간 협력인 동시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및 일대일로와의 연계를 실제화할 수 있는 주요 사례가 될 전망이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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