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처음 길 잘 열자" 北 "봄볕 오게끔 노력"

1차 차관급 당국회담
南 이산가족 전면 생사확인
北 금강산 관광 재개 제안
관계개선 주도권 공방 치열

남북 당국이 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차관급 회담에서 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남북이 당국회담을 열어 만난 것은 지난 '8·25 합의' 이후 109일 만이다.


양측은 이날 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접점 찾기를 시도했다. 우리 측 대표단은 남북 이산가족 전면 생사 확인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안을, 북한 측 대표단은 지난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각각 제안했다.

첫 번째 전체회의는 양측 수석대표의 덕담과 함께 10시40분께부터 시작됐다. 북측 수석대표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은 모두발언에서 "겨울이지만 북남 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게끔 쌍방이 잘 노력하자"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우리 측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백범 김구 선생의 애송시로 알려진 '야설(野雪)'의 한 구절인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을 소개했다. 그는 "들판에 눈이 내리면 길을 걸을 때 갈지자로 걷지 말고 서로 잘 걸어가라는 의미"라며 "우리가 처음 길을 걸어갈 때 온전하게 잘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대외용 인터넷사이트 등을 통해 금강산 관광 문제를 거론하고 우리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해왔다. 이날도 노동신문은 "남조선 당국은 대화 타령만 늘어놓을 뿐 분위기 조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상대방에 대한 도발적 망동을 중지하고 대화와 관련한 이중적 태도를 버리는 것으로서 북남 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북한의 압박이 내년 5월 예정된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통한 경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경훈기자 soco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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