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사진) 교수가 2만5000년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보면서 고대 인류의 여성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18일 오전 10시, 고척도서관에는 20여명의 시민들이 시청각실에 모였다. 조은정(사진) 한남대 교수의 고인돌 강좌 ‘미술, 가족사랑을 말하다’를 듣기 위해서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조 교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소개하면서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온 미술의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강의를 풀어나갔다. “구석기 시대에는 어머니의 시대였지요. 이처럼 임신한 여자의 모습이 당당했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아버지의 시대로 진화하면서 여성성이 억압되는 사회적인 분위기였지요.”
조 교수는 이어 얀 반 에이크의 ‘지오반니 아르놀피니의 결혼식(1434)’ 등을 통해 연애, 결혼, 출산, 교육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일상이 작품 속에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해석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예술작품이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데 수강생들은 미술이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기회를 얻었다. 아울러 각박한 사회에서 가족의 사랑이 힐링과 안식의 보금자리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 분위기였다.
조 교수는 “이번 강의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 전달에 주력했다”며 “작품 속에 시대별로 삶의 격식이 어떻게 표현되어있는지, 인간의 보편성은 무엇인지 등 예술의 역할을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술을 감상하는 게 늘 어렵다고 하는데 공부하듯이 외우려 하지 말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을 느낄 수 있는 마음자세를 갖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작품 이해를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만 습득한 후에는 인간의 보편성이 그림 속에 어떻게 투영되어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며 미술작품 감상법도 덧붙였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