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이상기류

바이오·헬스케어 빼곤 흥행 부진


기업공개(IPO) 시장이 이상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이달 중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기업은 투자자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성공적으로 공모주 청약을 마쳤지만 이를 제외한 제조업체 등의 IPO에서는 청약 미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상장 예정기업들은 IPO 일정을 연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태진인터내셔날은 이날 공시를 통해 공모주 청약을 연기하고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재공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태진인터내셔날은 유명 패션 브랜드인 '루이까또즈'를 국내 시장에 단독 공급하는 패션잡화 전문업체로 지난 8월부터 IPO를 추진해 이달 26일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태진인터내셔날이 공모주 청약을 연기한 것은 최근 IPO 시장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 아니면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쏠림' 현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태진인터내셔날 측도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했지만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지 못해 공모주 청약을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중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11개 업체 중 흥행몰이에 성공한 기업은 유앤아이(638대1), 케어젠(263대1), 아이진(268대1), 엠지메드(1.350대1) 등 네 곳인데 모두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기업이다. 반면 제조업 분야에 속한 기업은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카메라 부품 제조업체인 나무가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공모주 청약이 미달됐다. 지난해 12월 KB제5호스팩이 0.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후 처음이다. 정밀화학소재 전문기업인 케이디켐은 5.5대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금호에이치티·네오오토·매직마이크로 등도 높지 않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창민 키움증권 IB사업부 본부장은 "투자자가 공모주 투자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가치판단을 진행함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라며 "청약 일정이 몰릴수록 이 같은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을 제외하면 상장 이후 '새내기주'의 주가도 신통치 않다. 올해 기업공개를 한 38개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중 바이오·헬스케어 업종과 관련 있는 IPO 기업 여덟 곳 중 일곱 곳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7월 상장한 펩트론은 공모가가 1만6,000원이지만 현재 주가는 6만5,400원으로 4배 이상 뛰었고 화장품 업체인 토니모리도 공모가(3만2,000원)보다 1만원가량 높은 4만2,250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30개 종목 가운데 19개 종목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 아래에서 형성되고 있다. 특히 제너셈·픽셀플러스·세화아이엠씨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공모주의 약세는 대표적인 중위험 투자상품으로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는 공모주 펀드의 성과에까지 미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202개 공모주 투자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1.98%로 국내 채권형 펀드(2.16%)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통 공모주 펀드는 자산의 80~90% 정도를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공모주 청약과 일반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공모주의 공모가는 수요 예측과 기업가치를 평가해 산정되지만 대부분 동종 업체보다 조금 낮게 결정된다. 공모주 펀드는 보통 이 차익을 통해 초과 성과를 달성하는데 대부분 펀드는 상장 이후에도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까지 기대하고 투자를 하게 된다. 예컨대 지난해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아스트의 경우 아직까지 상당수의 펀드가 해당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지난해 삼성SDS나 제일모직과 같은 대형 공모주가 없었다"며 "6월 이후 본격적으로 IPO가 시작됐는데 하반기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은 것도 부진의 이유"라고 말했다.

공모주 펀드 성과가 당장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IPO 역시 주식 시장이 활황일 때 더욱 활발해지는데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 전망도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분간 증시는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여 공모주 펀드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다음달 시장에서 관심을 끌 만한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IPO를 준비하고 있고 내년 롯데호텔 상장도 예상되는 만큼 성과도 차츰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지민구기자 junpark@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