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국적기업에 구글세가 필요한 이유

이전가격 이용해 비용·이윤 조작

글로벌 기업인 페이스북은 지난해 영국에서 1억500만파운드(약 1,8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영국 국세청에 낸 법인세는 4,327파운드(약 76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영국인 근로자 1인당 평균 소득세와 국민건강보험 기여금을 합친 액수(948만원)에도 못 미친다.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소위 다국적기업들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구글은 매년 우리나라에서 애플리케이션 판매로 약 1조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일랜드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회피해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전가격'이라는 용어에 그 답이 있다. 회계처리에서 비용은 되도록 세율이 높은 나라 자회사로 돌려 손금 처리하고 이윤은 조세부담이 낮은 나라로 이전 처리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국적기업 본사를 조세회피처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자회사들끼리 비용이나 영업이익을 이전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당연히 영업현장에서의 조세부담은 제로거나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다국적기업의 이 같은 행위는 각국이 저마다 엄청난 투자를 통해 길러낸 산업 인재나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신뢰할 만한 사법기능 등의 사회 인프라를 마음껏 갖다 쓰면서 그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은 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는 다국적기업에 엄청난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전과세야말로 다국적기업들이 영업현장이 있는 해당국 일반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생산성과는 상관없이 경쟁력 우위를 점하는 숨은 요인이 된다. 다국적기업이 어떻게 일반기업들에 비해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그뿐인가. 이 같은 조세 시스템은 가난한 중소기업에서 부자인 다국적기업으로 부와 권력을 이전시킨다. 부익부 빈익빈이다. 그 결과 혁신적 중소기업은 다국적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적 이익을 위해 공공재를 남용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외부불경제라고 한다. 다국적기업이야말로 또 다른 차원의 외부불경제를 영업현장이 있는 각국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해소비용은 결국 자기네가 아니라 소비자나 중소기업들에 덤터기를 씌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전가격 조작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합산과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국적기업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디에서 행하는가의 실체를 파악해 총체적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후 영업현장마다 조세를 배분해야 하며 이는 결국 개도국들에도 커다란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전가격 조작 방지는 각국의 조세기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법인세율 경쟁이라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주요20개국(G20)이 16일 '정상 선언문'을 발표하고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즉 이전가격을 통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일명 '구글세' 도입을 승인했다.

물론 구글세의 정당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합산과세가 가능하더라도 이렇게 해서 거둔 세금을 각 나라에 어떻게 배분할지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생산이나 마케팅·금융조달 등은 이동 가능해도 소비자는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판매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이론적 단계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구글세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가 계속되는 한 일반 납세자들은 세금이란 결국 힘없는 자기네에게만 부과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뿌리내리게 된다. 총 거주인구가 2만5,000명도 안 되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무려 80만개가 넘는 기업이 등록돼 있다고 한다. 이들이 모두 이전가격을 통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고 다른 기업이나 다른 나라 국민에게 사회 운영의 부담을 떠넘긴다고 상상해보라. 사태가 이쯤 되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말장난으로 끝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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