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기업 구조조정] 대우조선 정상화에 역대 최대 규모 수혈… 정부 '조선산업 구조 재편' 병행해야 약발

산은·수은, 유상증자·대출 등 4조2,000억 지원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지원한다. 대우조선에 대한 긴급수혈 규모는 정부가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결국 재계의 관심은 이번 지원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대우조선의 자구안이 충분하지 못하고 조선업황 역시 회복세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 또는 구조조정과 함께 조선산업 재편까지 함께 추진돼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29일 이사회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산은이 2조6,000억원, 최대 채권은행인 수은이 1조6,000억원을 분담한다. 산은 지원액 중 2조원은 현금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자본확충에 쓰인다. 산은 실사에 따르면 대우조선에 필요한 자금은 누적기준 올해 1조8,000억원,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4조2,000억원이다.

국책은행이 대우조선에 4조원대 자금을 긴급 수혈하는 데는 궁극적으로 정책자금을 제대로 회수한다기보다는 거대 조선소가 문을 닫을 경우 불어닥칠 거대한 후폭풍을 막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은 명목상 정상기업이지만 현재 상태는 자율협약(워크아웃) 또는 회생절차(법정관리)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우조선은 2·4분기 3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후 3·4분기 1조2,171억원 손실 등 올해만 무려 5조3,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대우조선의 2012~2014년 최근 3년간 영업이익 평균이 4,4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12년간 벌어야 하는 금액과 맞먹는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업황이 지금보다 좋아지는 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을 만큼 조선업 불황기라는 점도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지원에도 지원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산은이 발표한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의 대부분은 이미 대우조선 자체적으로 실행 중인 자구안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을 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의 3·4분기까지 손실 4조3,000억원 중 대부분이 해양플랜트 손실이다. 해양플랜트의 근원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설계변경과 그에 따른 공기 연장 등으로 해양플랜트는 돈 먹는 블랙홀이됐다. 자구안은 이를 반영해 해양플랜트 비중을 현재 50%대에서 40%대로 줄인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이미 올해 6월 말 정 사장이 기자간담회 때 밝힌 내용과 같다. 특히 저유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경우 대우조선의 해양 비중 축소는 굳이 강제로 조정하지 않더라도 자연히 줄 수밖에 없다.

또 대우조선은 이미 지난 2·4분기 3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후 임원과 조직 30%를 줄이고 부장급 인력 300여명을 정리하는 한편 비핵심 계열사와 자산을 100% 처분한다는 목표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산은이 제시한 정상화 방안 역시 이 틀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이날 산은 자구안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해양플랜트 인도가 마무리되는 오는 2016년 이후 직영인력과 사내 외주인력을 적정 생산규모에 맞는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 정도다. 외주인력은 상대적으로 정리가 쉽지만 직영인력을 감축하는 작업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현시한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은 당시 발표문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현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구조조정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이 자구안으로 내놓은 비핵심 계열사 매각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대우조선의 대표적인 해외 부실 자회사는 미국 풍력발전 업체 드윈드와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를 꼽을 수 있다. 드윈드의 경우 최근 저유가와 맞물리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지원이 축소됐고 망갈리아 조선소 역시 세계 조선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어 생각처럼 쉽게 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황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이번 지원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의 조선산업 재편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만으로는 임시방편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업황이 어려운 시기에 개별기업 지원과 구조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조선산업 통폐합 등 큰 밑그림을 그려 그 틀 안에서 지원도 이뤄질 때 현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매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석 산은 본부장은 "대우조선 경영정상화의 최종 목표는 매각"이라며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매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도록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리·임진혁기자 bor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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