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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해병대가 울릉도에 배치될까. 5일 오후 일부 매체에 '군, 울릉도에 해병대 전투병력 배치 추진한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오른 뒤 해병대 사령부는 진땀을 흘렸다. 진위 확인을 요청하는 언론의 취재 요구에다 상급 기관에서도 확인 전화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해병대의 울릉도 배치는 당장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중장기적 과제는 분명하지만 이른 시일 내 추진하기에는 크게 세 가지 난점이 있다. 첫째는 울릉도의 자연환경. 중대급 전투부대는커녕 소대급 병력이 전개하기도 어려울 만큼 편평한 공간이 거의 없다.
두 번째는 주둔해도 병력을 활용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울릉도에서 해병대가 제대로 작전하려면 병영 환경과 작전 거리를 감안할 때 공중기동이 필수적이나 한국 해병대는 공중강습 헬기는 고사하고 독자적인 상륙기동 헬기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다. 현 상황에서는 병력을 깔아도 선언적 의미 또는 대외 과시용 의미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주변국과의 정치외교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강요로 일본과의 관계를 겨우 개선시킨 마당에 불과 25분이면 헬기로 독도에 병력을 투사할 수 있는 울릉도에 전투병력을 배치할 경우 일본은 물론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 전투병력의 운용과 배치 자체는 누가 뭐라 할 사안이 아니지만 파장은 감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해병대 병력의 울릉도 배치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해병대가 올 정기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는 백령도와 제주도·울릉도를 연결하는 'U자형' 전략 거점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더욱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제13회 해병대 발전 심포지엄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가 제시한 '해병대 발전 7대 과제'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 토론과 질의응답이 오갔다.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홍 교수의 제안은 무게감 있게 전달됐지만 정작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해군의 반응은 한결같다.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병대도 5일 오후 늦게 '비전은 있으나 구체화된 것은 없다. 신속기동부대라는 것도 계획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흥미로운 대목은 해병대의 '울릉도 배치설'이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0년 전에도 한 방송매체가 '연대급으로 계획했던 것을 축소해 해병 1개 대대를 울릉도에 상설 배치한다'고 보도했으나 논란만 낳은 채 성사되지 않은 적이 있다. 지금이라고 10년 전과 바뀐 것은 거의 없다. 해병대의 울릉도 배치에 대한 국민의 감정적 성원과 당위성만큼이나 현실적 제약 역시 상존하고 있다./권홍우기자 hongw@sed.co.kr